‘변덕 보육정책’ 학부모·기관 모두 힘들다
‘누리과정’ 제대로 못하면서 이번엔 ‘맞춤형보육’
학부모 혼란 속 어린이집 보육료 줄어 운영난 호소
보육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학부모와 보육기관이 모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변화무쌍한 보육정책이 오히려 혼란과 출산 기피를 야기한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0~2세의 자녀를 둔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무상이용 시간을 7시간 안팎으로 줄이는 ‘맞춤형 보육’을 추진하고 있다. 부모들 중 맞벌이 부부가 아닌 경우에는 오후 3시까지만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이후에는 돈을 내야 한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 아동에게 종일반의 80% 수준의 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지원할 계획이다.
맞춤형 보육 신청기간이 오는 24일로 다가오면서 제주지역 엄마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낯선 제도에 대해 문의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변화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을 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 학부모는 “농촌에 살면서 지인들의 밭일을 그때그때 해주며 돈을 벌고 있는데 4대 보험, 근무기관 위주의 증빙서류를 어떻게 제출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육교사를 하고 있다는 또 다른 학부모는 “맞춤형 아이들이 3시에 하원을 시작하면 이 시각 낮잠에서 깨어나 간식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은 누가 돌보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앞서 2012년 대한민국 모든 영·유아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육과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누리과정 제도를 도입, 매년 확대해왔고, 2014년 이후에는 예산 부담문제로 교육청과 몇 년째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정책을 내놓자 학부모들의 불만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보육기관들도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재호)는 8일 제주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도 원가에 못 미치는데 맞춤형 보육아동까지 20% 줄면 정상적인 보육이 불가능해진다”며 “감액되는 보육료만큼 교사 인건비를 줄여야 되고, 전체 아동의 보육의 질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이번 정책으로 어린이집 운영난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이는 정원 율을 100% 충족했거나 맞춤형 대상자가 20% 이하인 곳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전국 어린이집 평균 충족률이 7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폐원 어린이집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형에서 소규모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20년 이상 아이들과 지내왔지만 정책이 이렇게 자주 바뀐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며 “출산을 장려한다면 부모들이 지속적인 제도 아래에서 아이를 낳고 보육을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토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