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보물’ 흑우 알리는 기행 제주서도

8일부터 연갤러리·서재철 갤러리서 사진전 개최

2016-06-07     오수진 기자

사진을 바라보니 죽음을 앞둔 검은 소의 ‘영정 사진’ 같았다. 크고 깊은 눈, 짧지만 강하게 뻗은 뿔과 검은 털을 가진 흑우는 커다란 눈을 통해서 사진을 보는 이에게 말을 하는 듯 했다.

지난 달 ‘제주의 검은 보물, 흑우(黑牛)를 담다’라는 이름으로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하며 후원에 성공한 김민수 사진작가가 7일 제주시 연갤러리를 찾아 제주와 연고도 없는 진주 출신 작가가 제주흑우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전했다.

8일 연갤러리와 18일 서귀포시 표선면 서재철 자연사랑 갤러리에서 시작되는 ‘제주흑우-남겨지는 그의 얼굴’ 김민수 사진전을 앞두고서다.

그는 지난 해 3월 제주의 검은 소를 찍어달라는 지인의 부탁으로 처음 ‘제주흑우’를 알게 됐다. 국내 1호 스마트폰 사진작가답게 휴대폰으로 겁 없이 흑우에게 달려들기도 했던 그는 흑우의 눈망울을 바라보다 돌연 많은 이들에게 흑우의 우직함과 강인함 등을 갖고 있는 그의 가치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검은 보물’로 불리는 제주흑우는 2013년에 천연기념물 546호로 지정된 후 거의 멸종 직전 부활했다. 김 작가의 펀딩에 따르면 흑우는 조선시대까지 매우 귀한 소로 인정받고 우수한 품종이었다는 역사적 자료들이 존재하지만, 일제강점기 수탈과 책략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는 “사진가로 흑우와 교감하며 미학적인 예술사진을 찍고 글로 기록 하는 것이 자신이 제주흑우를 위해 할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느냐”며 흑우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실제 흑우와 교감하며 흑우의 눈물까지도 본 김 작가는 “은빛, 먹빛 커다란 눈망울은 순수함 속에 슬픔을 담고 있다”며 “소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은 눈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흑우의 눈빛에 강한 전율을 느꼈음을 전하기도 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흑우와 자신이 닮은 것 같단 생각을 하는 그는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마음을 안고 제주흑우를 찾아 문헌을 찾고 사진과 글을 통해 진실을 남기는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다.(문의=010-3307-8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