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버스 교통혼잡 책임 떠넘기기
롯데호텔 면세점 관광버스 유입에 일대 교통체증 심각…불편 가중
면세점측 “기사 편의로 문제 발생” 버스측 “관광 일정 맞춘 것” 주장
“가게 영업을 하라는 겁니까? 하지 말라는 겁니까?”
7일 오전 10시께 제주시 연동 일주서로에 있는 모 의자 가게 앞 대로변. 가게 주인 이윤구(58)씨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다. 이날 가게 앞 도로에는 인근 롯데시티호텔 면세점(이하 면세점)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대형 관광버스 십여 대가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로 인해 주변 가게 출입구들이 가로막힌 것은 물론 주변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이씨는 “버스들이 이렇게 길을 막고 서 있어서 주문 전화가 와도 배달을 못 가고 있다”며 “더욱이 가게 손님들도 우리 가게 주차장에 들어오려고 해도 버스들 때문에 들어오지 못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주서로를 지나던 운전자 김정희(36·여)씨도 “오늘 오일장이 열려서 가뜩이나 도로가 혼잡한데 버스들 때문에 더 복잡해졌다”고 했다.
이처럼 면세점 주차장을 사용하는 관광버스들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면세점 측과 관광버스 측이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며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영종 연동27 마을 통장은 “가게 업주들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주차공간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며 “심지어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도 관광버스들이 다녀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이라 여러 차례 면세점 관계자와 버스 기사들에게 항의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면세점 측은 충분한 조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관광버스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주시 해안동에 마련했다”며 “버스기사들이 자신들의 관광 일정 편의를 위해 지금처럼 대로변에 대기하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버스기사들은 면세점 측의 요구를 충분히 따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버스기사 이동하(63)씨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오전에만 3000여명이 내리는데, 해안동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가도 크루즈 선박 일정을 맞추려면 버스들이 일시에 이곳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며 “면세점 측에서 셔틀버스 운영을 늘리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면세점과 버스기사들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제주도정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는 “면세점이 들어오기 전부터 시민 불편을 초래할 거라는 우려가 컸었다”며 “이미 면세점이 들어선 이상 이로부터 큰 이익을 얻는 면세점과 관광업계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가 적극적으로 조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