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개편안’ 좀 더 획기적 내용 담아야
최근 발표 개편안 미흡 ‘실망’
도내 교통문제 심각성 반영 미흡
도정 정책 일관성도 의문
전기차 정책도 겉도는 느낌
전기버스 확대 위한 지원책 필요
노선 설계에 주민 참여 바람직
제주도 광역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윤곽이 드러났다. 시내·외버스 구분을 없애고 급행을 신설하며 간·지선 노선을 좀 더 촘촘하게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 교통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그리고 도정 전체 정책방향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통계를 보면 제주도 인구는 2012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 지난달 30일에는 65만명을 돌파했다(내국인 63만2701명·외국인 1만7350명 등 65만51명). 지난 4년간 무려 7만명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자가용차는 11만대나 증가함으로써 제주도가 전국에서 자가용보유율 1위가 됐다. 하루가 다르게 차가 막히고 주택가에서는 주차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디젤유를 사용하는 각종 승합차·버스·트럭 등이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제주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또 차량소통을 위해 길을 뚫고 주차장을 늘리다보니 녹지가 빠른 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제주의 최대 관광자원인 청정자연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2030 탄소제로섬’ 정책도 겉도는 느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렴한 운행비 덕분에 제주도에 배정된 전기차 1500대가 일순에 다 소화됐으나 올해 배정된 4000대는 3개월째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충전 불편도 있게 지만 자가용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대형차는 아직 전기차가 보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차가 많이 보급된다 해도 길이 막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문제는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자가용수요를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 개편안은 기존 정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기존 버스업자의 선택과 재정자금 지원방식에만 의존하고 있다.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아무리 노선을 촘촘하게 설계한다 해도 기존 업자들은 수익이 나는 노선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수지적자를 확실하게 보전해주기 전에는 운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차가 몰리는 길에는 버스노선이 집중돼 혼잡은 여전하고 노인들이 많이 사는 구시가지 골목이나 신주택 개발지는 계속 대중교통 사각지대로 남을 것이다. 또한 업자들은 전기버스보다 비용이 저렴한데다 수명이 긴 디젤버스를 고집함으로써 매연문제는 개선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상해나 북경의 공기가 예상보다 깨끗한 것에 놀랐다고 한다. 몇년 전부터 중국정부에서 디젤버스 운행을 금지하고 전부 천연가스와 전기 버스로 교체한 덕택이다.
운행수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버스업자들이 비싼 전기버스 구입을 꺼릴 것을 예상해서 전기버스 구입비 100%를 정부에서 보조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디젤버스 구입비용을 업자들에게 1억원씩 지원해주고 거기다가 디젤 기름값까지 보태주고 있다.
당장 디젤버스 구입비 및 디젤유 지원을 축소하고 그 돈으로 전기버스 구입비를 100%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교통체증을 야기할 전기승용차보다 전기버스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수요 진작 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대중교통은 노인·학생·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므로 교통복지차원에서 복지분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중국에서와 같이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버스교통카드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바람직해 보인다. 환승도 3회 이상 무료로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버스타고 제주도 끝에서 끝으로’라는 새로운 대중교통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버스운행 주체와 노선 설계를 기존 업자나 담당 공무원에게만 맡기기보다는 주민자치조직의 참여를 유도해서 주민 편의가 바닥에서부터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효율성이 의심되는 공영버스 확대 방안보다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큰 길까지 가서 한참 기다려야 오는 불편한 제주버스’의 이미지를 지우고 제주가 드디어 ‘자가용이 필요 없는 탄소제로섬’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