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지난 해 이 무렵 결혼 21년째에 접어든 부인으로부터 ‘남편한테 폭행을 당했다’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필자가 근무하는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출동한 적이 있었다.
신고내용은 지인이 쓰던 낡은 장롱을 남편이 얻어 온 것 때문에 부부간 말다툼 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부인을 폭행한 것이었다.
당시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던 부인은 사건처리는 희망하지 않았지만 결혼 생활 내내 사소한 문제로 남편과 자주 다퉜고, 때로는 남편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우리는 오랜 설득 끝에 부인을 심리 상담과 피해지원 등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보호시설로 인계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3일 째, 부인으로부터 “상담도 많이 받고 또 병원치료도 무상으로, CT촬영까지 정신과 상담도 받았어요, 꼭꼭 감추었던 걸 풀고나니 그동안 너무 무지하게 살았단 걸 느꼈어요. 이제 한 걸음 떼었으니 다음은 뛸거예요. 기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더 이상 혼자 있지 않을 겁니다. 문여는 법을 알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며칠 전 부인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자 부인은 밝은 목소리로 반가워 하며 상담을 받은 이후로는 남편의 입장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남편과의 사이가 아주 좋아져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결코 혼자서도, 참아서도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찰은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신변안전조치는 물론 여러 전문 기관과 연계해 전문 상담사에 의한 현장상담, 피해 회복 지원 알선, 보호시설 연계 등으로 피해자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탓으로 돌리며 본인의 행위를 합리화 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가정의 화목을 원한다면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만 말하기보다 내 자신의 문제점을 곰곰이 생각하며 배우자가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배우자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가족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지켜질 때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가정이 이뤄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