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 삶의 원천 용천수를 지키자”
관리 부실로 멸실 용천수 등 발생
주민관리·행정지원 체계 바람직
제주의 용천수는 수도가 보급되기 이전 제주민의 삶의 원천이었다. 생명수로서 마을에서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물과 관련된 마을간 주민 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자체 규율이 만들어져 서로 용천수를 공유했다.
삶의 원천인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물 문화는 1970년 초반까지 계속되면서 제주는 물이 아주 귀한 섬으로 인식됐다. 사실 제주사람들은 물을 귀하게 썼다. 편하지도 않은 비포장 길을 걸어 허벅에 담아 지고 날랐으니 그 물을 허투루 쓸 수 없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물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토대로 독특한 제주 물이용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우선, 용천수의 수량과 수질을 관리하는 것은 마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상적인 환경정비에서부터 1년에 1번씩 하는 대대적인 수리정비에 이르기까지 마을전체의 가장 큰 행사였다.
1970년대 전국적으로 일어난 새마을 운동과 함께 상수도가 공급되면서 용천수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편리성 추구와 함께 상수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물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화했다.
물은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물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닌 게 됐다. 전통적으로 신성시하고 삶의 원천인 생명수라는 인식은 더더욱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용천수를 중심으로 공생하던 물 문화가 사라지고 편리하고 실용적인 경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편리함이 보편화되면서 물을 사용하는 방식도 예전처럼 그릇에 받아서 모아쓰고, 아껴 쓰고, 다시쓰기보다 말 그대로 ‘물 쓰듯이’ 사용하는 경향으로 바뀐 지도 오래됐다.
상수도 보급이 용천수의 관리주체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무관심 속에 매립 또는 멸실되어가는 용천수가 늘어나고 있다. 마을자원인 용천수를 활용하기 위해 용천수 정비 사업을 통해 편의시설이 갖춰 정비된 용천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정비된 용천수가 생겨나면서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도 함께 쓰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용천수에 쓰레기·파래·침전물 등이 쌓여 오히려 외면 받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용천수의 관리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과거처럼 지역주민 또는 마을 중심의 용천수 관리 사례가 해답이 아닐까 한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용천수정비 사업에선 선정기준 가이드라인과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선정기준이 마련되고 관리 대상 용천수가 지정되더라도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정비할 용천수의 용출특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후속과정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리모니터링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비 사업은 오히려 본래 모습을 상실하거나 주변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되어 경관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특히, 용출지점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비한 용천수의 경우 오히려 용출량이 줄어 용천수의 기능을 상실하는 곳도 보고되고 있다.
생활문화에 대한 기록 등 용천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용천수를 보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용천수는 제주의 고유한 자연자원이자 제주민의 삶이 담긴 역사자원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자원인 용천수가 더 훼손되기 전에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지역주민들 스스로 관리주체가 되고, 행정은 용천수에 대한 정비 또는 복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분기별 수질검사 등을 지원하는 이원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마을의 소중한 자연자원을 마을이 앞장서서 지키고 관리함으로써 오랫동안 내려온 제주의 고유한 물 이용문화자원으로서 용천수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