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피서철 '항공대란'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파업 중에도 정상운항을 해온 제주노선에 결항을 시작해 피서관광에 차질을 빚는 등 항공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얼마 전 시내버스의 파업으로 큰 불편을 겪었던 도민들은 항공기 파업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시내버스 운전사의 파업과 항공기 조종사 파업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시내버스 운전자는 열악한 수준의 봉급마저 몇 달 치씩 밀린 탓에 생존권 차원에서 하는 몸부림이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항공기 조종사들의 그것은 ‘파이’를 더 키우려는 욕심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면 같은 점은? 승객을 볼모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실 인질범은 범죄 가운데서도 악질적인 중죄에 속한다. 아무리 파업이 합법적이라 해도 승객, 즉 국민을 인질로 해서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며 국민정서를 거스르는 노조는 존재이유가 없다.
제주시내를 운행하던 시내버스는 운전사들의 파업으로 결국 문을 닫아 시민의 발을 묶어버렸지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피서철 성수기에 파업이란 강수를 둠으로써 제주관광을 망치게 하고 있으니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제주관광은 두 국적항공사의 경쟁적인 요금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터다. 그나마 여름 피서철은 제주관광의 성수기 중의 성수기로 많은 피서관광객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더없이 살아날 때인데 아닌 밤중의 홍두깨 모양으로 항공기가 멈춰버렸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이번 조종사 파업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한 승무원의 인터넷 글은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회사가 겨우 수익을 낼 수 있는 휴가철에 고객과 회사수익을 볼모 삼아 그 많은 직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은 배신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그 총부리는 바로 국민에게 겨누는 것이며 제주도를 겨냥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무더위와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불쾌지수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빨리 파업을 풀고 정상 운항하는 것만이 ‘귀족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짜증을 줄일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