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기’단 일본함정 제주 입항 전격 취소

당초 제주 인근 해역서 훈련한 뒤 내달 3일 예정
해군 25일 오후 부정여론의식한 듯 진해로 변경

2016-05-26     박민호 기자

해군이 ‘2016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구조훈련’ 기항지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서 진해항으로 변경, 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의 제주 입항도 전격 취소됐다.

해군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6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ific Reach 2016)’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대한민국을 포함한 서태평양지역 6개국 구조전력 및 잠수함이 참가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12개국 및 1개 국제기구가 옵서버 자격으로 훈련을 참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함정들은 지난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 군항에 입항해 개막식과 정발훈련 등을 실시하고, 오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제주 인근 해역에서 본격적인 해상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훈련을 마친 함정들은 내달 3일 제주해군기지에 입항, 사후강평 및 폐막식 행사를 갖기 위해 기항지인 제주해군기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일제 치하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던 도민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개항 이후 외국 국적의 해군함정들이 입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훈련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3600t급 구조함과 2750t급 잠수함이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고 입항하는 것이 도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해군은 이번 훈련이 조난상황에 처한 잠수함의 승조원을 구조하기 위한 ‘인도적 정례훈련’이라고 강조했지만, 도민사회는 “아무리 인도적 훈련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을 단 군함의 입항을 허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오늘 해군이 신속히 기항지 결정을 내린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정의 입항 변경과 과련, 해군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 2016 PAC REACH 훈련의 사후강평 및 폐막식 행사를 사후강평의 여건, 지역 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제주민군복합항에서 진해군항으로 변경해 실시키로 했다"며 "따라서 일본 군함은 물론 훈련에 참가하는 미국, 싱가폴, 호주, 말레이시아 군함도 훈련이 끝나면 모두 제주가 아닌 진해로 가서 사후강평과 폐막식 행사(6월3일)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차 대전 말기 일본 본토 사수(결7호 작전)를 위해 수많은 도민들이 방어용 군사 시설 구축 등에 동원되면서 희생을 겪었던 아픔이 가시지 않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갈등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논란을 피하기 위한 해군이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