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속은행업 제주에 유치하자”
금산분리정책 대기업 ‘견제’
세계화 영업 ‘금융관리기구’ 필요
대안이 기업전속은행업
특정회사 외환·이자 위험 등 관리
투자진흥지구 포함시 경쟁력
고급인력 고용·세수확대 등 가능
금산분리(金産分離)정책은 은행법에 의해 비금융기업이 은행 주식 4% 이상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 특히 대기업의 은행 소유나 지배를 금하고 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산분리정책에 결정적인 ‘허점’이 노출됐다. IMF위기 때 외환은행과 제일은행이 금산분리정책으로 인해 외국기업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론스타도 인수했던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비싼 값을 받고 팔아넘기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잠시만이라도 금산분리정책을 중단하고 우리 대기업이 인수해 운영한 후 론스타 같이 비싼 가격에 파는 게 낫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국민들이 대기업을 욕했을지는 몰라도 속은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산분리정책은 무수히 많은 국민들로부터 저축된 자금이 특정 대기업으로만 대출되는 것을 막고, 그 돈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막아보자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금융관리 수요를 충족하고 제주의 미래 산업의 하나로 기업전속은행업을 생각해본다.
기업전속은행업은 기업집단 내에서 계열사들 간의 자금대부 및 조달·현금관리·외환 및 이자율위험관리·리스·기업어음발행 등을 담당한다. 소위 은행이 하는 일들을 하되 계열사들만을 고객으로 한다. 부수적으로 일반인들을 상대하기도 한다.
기업전속은행업은 2가지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첫째는 모기업에 의해 관리·지원 및 운영되는 그룹 자회사 성격의 독립적인 자금운용센터다. 즉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자금운용본부를 독립된 회사체제로 운영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둘째는 에이전시 운용이다. 기업전속은행업은 사실상 은행업이기 때문에 일반 대기업이 은행업에는 문외한일 수 있으므로, 전문서비스 공급업자에 의해 관리되는 방식이다. 은행들이 운영인력과 시스템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기업전속은행업은 해외에서 영업하고 있는 계열사와 계열사 지점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 자금흐름이 많은 경우 필요성은 더 커진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자회사 혹은 지점의 자금부족과 과잉을 외국은행을 통해서 조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전속은행을 통해서 해결한다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외환위험이나 이자율위험 등도 서로 상쇄시킬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제주에서 기업전속은행업 추진 방안은 투자진흥지구 대상 업종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가능성은 수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각 자회사, 지점들의 자금 과부족을 보완하고 각종 위험 관리 차원에서 기업전속금융업에 대한 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기업의 수요를 해외 역외금융센터에서 충족시킨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은 물론 국내 고용에도 전혀 도움이 안될 일이다. 또한 해외 역외금융센터에선 면세되거나 아주 낮은 세율의 법인세가 부과되므로, 우리나라 세원 일부가 유출되고 여기서 조성된 자금이 불법으로 전용되는 ‘부정적’ 결과도 예측할 수 있다.
만약 제주도에서 기업전속금융업이 허용된다면 몇 가지 이점들이 예상된다. 우선 제주도에서 금융관련 고급인력이 고용되고, 기업전속금융업과 관련된 IT산업 등이 유치되고, 그에 따른 고용도 증대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투자진흥지구에선 3년간 법인세가 면세되고 그 후 2년간 50% 면세되지만, 그 이후엔 우리나라 법인세율에 따라 법인세가 부과될 수 있기에 세수 증대가 기대된다. 기재부 세제실에서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역외금융센터에선 탈법의 가능성이 있으나 국내에선 금융당국의 감독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제주도에 허가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 정서상 해외 역외금융센터에 회사를 설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국내 은행들이 결국 에이전시 운영방식에 참여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가운데 은행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전속금융업 도입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