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7857건, 不實로 흐르는 건축심의

2016-05-18     제주매일

제주자치도의 지난해 건축계획 심의건수는 무려 7857건이었다. 이는 2014년 5391건보다 46%, 즉 갑절 가까이나 증가한 것. 도내 건축경기가 호조세(好調勢)를 이어가며 심의건수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5년 건축계획 심의가 총 49회(매주 1회) 열린 것을 감안하면 1회당 평균 160여건을 처리한 셈이다. 특히 12월에는 4주 동안 모두 792건을 상정, 하루 200건에 가까운 198건을 심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심의건수 폭주(輻輳)로 말미암아 제대로운 건축 심의는 사실상 어렵다. 심도 있는 토의가 없다보니 심의 때마다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질 않는다. ‘부실 심의’라는 안팎의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최근 5년간 해당 위원회가 심의한 건축계획 가운데 해마다 20~30%가 통과되지 못하고 재심의나 부결, 반려·보류·보완 결정이 내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전체 7857건 중 5920건(75.4%)이 원안 및 조건부로 통과됐고, 나머지 1937건(24.6%)은 재심의 결정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4·13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애월읍 하귀리 공동주택 건은 이러한 ‘부실(不實) 구조’가 낳은 복합적 결과물이다. 이 주택은 당초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으나 업자와 공무원의 청탁 내지 부탁으로 원안과 거의 동일하게 조건부 통과됐다.

과거 건축심의위원을 지냈던 한 전문가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하루 하루가 다 ‘돈’이기 때문에 ‘급행료’를 주더라도 빨리 심의를 끝내려고 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생긴다”고 털어놨다. 이어 “심의위원이 2년마다 바뀌면서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 심의기준의 일관성도 부족하다”며 “비공개 회의인 만큼 목소리 큰 위원의 의견대로 심의가 흘러가는 경향도 있다”고 건축심의 제도의 문제점을 에둘러 비판했다.

건축계획 심의는 그 무엇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위원들의 입맛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심의는 이제 사라져야 할 구태(舊態)다. 특히 법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심의는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정부도 ‘소극 행정’이 아니라 ‘적극 행정’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