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는 간데 없고 ‘협치 이미지’만 남나

2016-05-17     강호진

원 도정 2년 ‘협치 해결 정책’ 전무
‘대충 협치’ 아닌 ‘용감한 협치’ 필요

다시 ‘협치’(協治)가 주목받고 있다. 주 무대는 아쉽게도 제주도청이 아닌 중앙 정치권이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겉모습으로는 서로 ‘협치’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새누리당 정진석·국민의당 박지원 등 원내대표들이 사이좋게 손잡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다정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서 ‘협치’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야당 등이 요구한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문제에 대해서도 ‘협치’로 화답하는 듯 했다. 하지만 17일 현재 이 문제는, 국가보훈처장의 ‘항명’으로 대통령의 언질이 구겨지는 모양새다. 비교적 훈훈하게 느껴졌던 청와대에서의 ‘협치’가 그야말로 ‘말의 성찬’으로 전락하고 있다.

2014년 당선 이후 ‘협치’를 앞세운 원희룡 도지사의 임기도 어느새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1년 전에도 원 지사의 ‘협치 성적표’를 주관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당시 “가출한 협치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수준의, 유권자의 바람을 이 지면을 통해 적은 바 있다. 물론 ‘TV조선’이다 ‘문화일보’다 해서 서울언론 만나기도 바쁜 도지사가 지역신문의 졸문을 읽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복습은 생략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론조사로는 원 지사의 지지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4·13총선 참패’ 새누리당에 유력 대선 후보군들이 자취를 감추고, 대신 그 자리에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지사가 가끔 등장한다.

그러나 다소 주관적이긴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쏟아지는 원희룡 도지사의 협치 2년의 평가는 냉담하다. “1년 전 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게 뭐냐?”는 반문과 “협치는 어디로 갔느냐?”는 냉정한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도청 공무원들의 평가는 알 길이 없다.

원희룡 도정 집권 2년 동안 ‘협치’를 발휘해서 이뤄진 정책이 뭐가 있을까 날을 세우고 기억을 되돌려본다. 제주해군기지·녹지국제영리병원·제2공항·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제주사회를 관통했던 이슈 중 ‘협치’로 결정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정책이 하나라도 있을까?

도민 반대가 우세했던 영리병원·예래휴양형주거단지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JDC와 협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영리병원반대대책위원회·예래동 원토지 주민들과 진중하게 대화를 해봤다는 소리를 들은 바 없다. 오히려 도지사가 나서 “하나는 법에 충실하자고 하고, 다른 하나는 법만 바꿔 달라”고 하는 이중적 태도만을 보였을 뿐이다.

제2공항 문제도 그렇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 때문에 깜짝 발표를 했다지만 제2공항과 관련해 주민들이 제기한 깨알 같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고 ‘제2공항’ 주변 지가는 폭등했다. 도정이 주장하듯, 제2공항이 제주 역사상 최대의 사업이라면 주민들에게 돌 맞을 각오를 해서라도 갈등 해결을 모색하는 ‘적극적 협치’가 있어야 한다.

가정이지만 원 지사의 협치가 선제적으로 성공했다면 정치적 위상 또한 달라지지 않았을까? 최근 국회에서 화두가 된 ‘협치’의 모범으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역시 원희룡!”을 외치며 제주로 견학이라도 왔을 것이다.

1년 전에는 그래도 임기가 3년씩이나 남아 있었지만 이제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 기억이 나고 들어 본 정책이라고는 ‘전기차’ 밖에 없다.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의 미래 작명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과연 작명대로 제주의 미래가 설계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제 ‘대충 협치’로는 안 된다. ‘용감한 협치’가 필요하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었다”던 전임 도지사들에 대한 평가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가출해 버린 협치’, 그 정도면 충분하니 제주도청으로 돌아올 때도 됐다. ‘협치’는 간데없고 ‘협치 이미지’만 남길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원 지사가 ‘서울시민’이 아니라 ‘제주도민’으로 ‘당분간’ 남을 것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