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입양작가가 전하는 제주의 사건들

제주출신 제인 진 카이젠 삼성미술관서 8월 7일까지 전시
리움이 가장 주목하는 신예작가 10인 중 한명으로 선정

2016-05-17     오수진 기자

모든 고통은 웅얼거림을 울리게 하고

모든 웅얼거림은 전율을 낳는다(중략)

모든 기억은 망각의 먹잇감

모든 망각은 어떤 감싸안음(중략)

제주 출신이지만 덴마크 국적을 가진 여성시각예술작가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의 영상 ‘거듭되는 항거’ 중 ‘물결들’에 담긴 103행의 시구 중 일부다. 제주4·3사건을 다룬 그의 영상은 제주도의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시구와 함께 이어지는 8분의 영상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파도의 특성을 소재로 ‘떠남과 귀환’ ‘기억과 망각’ 등을 젊은 여성의 뒷모습을 통해 역사에 대한 ‘인정’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12일부터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아트스펙트럼2016’ 전시작 중 하나다. 최근 리움은 가장 주목하는 신예 작가 1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선정했다.

제인 진 카이젠. 그는 입양아다. 제주에서 태어나 텐마크로 입양된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다 제주4·3을 처음 접하게 됐다. 본래부터 해외입양·한국분단 상황·냉전 속 아시아 등 디아스포라적 시각을 갖고 영상을 만들었던 그는 ‘거듭되는 항거’를 통해 제주의 깊은 고민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8개의 채널로 구성된 ‘거듭되는 항거’는 제주4·3사건, 해녀, 심방의 굿, 강정해군기지 문제 등을 제주의 풍광을 통해 이를 바라보는 예술가들(현기영·허영선·김경훈 작가 등)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8번째 영상 ‘물결들’은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기존 영상과는 달리 ‘나와 제주’의 관계를 표현한 시를 작가가 직접 읊는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수십년 간 강요된 침묵의 원인을 밝히고 복잡한 내막에 다가서고자 했다”며 “역사는 선형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공존하는 관점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는 8월 7일까지며, 전시에서는 그의 최근작 ‘빨강의 색조를 본다는 것’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문의=02-2014-6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