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 피살 사건 현장 검증 “후회스럽다”
“언론에 모습 공개 두렵다” 한동안 거부
이후 살해·유기 장소서 차분히 범행 재연
속보=제주에서 20대 중국인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중국인 피의자에 대한 현장 검증이 17일 진행됐다.
서귀포경찰서는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중국인 피의자 S(33)씨가 피해 여성인 A(23·여·중국)씨를 자신의 차량 안에서 살해한 제주시 외도동 길가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초 현장 검증은 이날 낮 12시께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S씨가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이 알아볼까 봐 두렵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호송 차량에서 내리지 않아 30분 가량 지연됐다.
결국 취재진이 현장 검증 장소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로 한 뒤에야 호송 차량에서 내린 S씨는 두 손을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의 손에 이끌려 범행을 재연할 차량으로 들어갔다.
주황색 티셔츠에 검은색 운동복에 차림이었으며,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도 점퍼를 머리에 뒤집어 썼다.
S씨는 차량 운전석에서 조수석에 있는 피해 여성 A씨를 대신한 마네킹을 자신의 무릎 쪽으로 끌어당긴 뒤 모형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과정을 차분히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S씨는 시신 유기 장소인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보리밭으로 이동해 유기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연했다.
S씨는 미리 준비한 삽으로 흙을 떠서 A씨의 얼굴을 덮었고, 지문이 묻었을 것을 우려해 목 부위 등에 락스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검증을 마친 뒤 S씨는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섭고 후회스럽다.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며 “죄의 댓가를 달게 받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울먹였다.
이연욱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S씨가 시신을 유기한 이후 보니까 얼굴이 노출돼 있어 연민이 느껴져서 흙으로 얼굴을 덮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삽을 미리 준비해 놓고 얼굴에만 흙을 뿌린 점 등 진술에 모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금전적 갈등이 있었던 점, 범행 후 현금을 모두 인출한 점 등을 볼 때 우발적 살인이라는 S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있다”며 “S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현장 검증을 토대로 피의자의 진술이 피해 내용과 객관적인 자료와 부합하는 지를 확인하고 오는 23일 S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S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알고 지내던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6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