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의 따뜻한 동행 ‘사전약방’

2016-05-16     김성희

열두 평 남짓 방 두 개에 누더기 벽지와 어두컴컴한 방안’ 집안 전체 악취가 풍기는 곳에서 5명의 가족이 뒤섞여 생활을 하는 집을 방문하게 됐다. 장애를 가진 소녀는 단 한명. 피해를 막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해주어야할지 고민이 됐다.

이때 해바라기센터와 함께 주거환경개선 차원에서 방안 전등, 도배와 장판을 바꿔보기로 결정하고, 소녀의 집을 정리 했다. 예전에 비해 나름 깔끔하게 한 듯 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소녀는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녀만을 위한 독립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이 소식을 접한 제주경찰청 경찰발전위원회의 기부예산을 지원받아 방 한 켠에 커튼을 달고 침대 매트리스를 추가 설치해주었다. 소녀는 뛸 듯이 기뻐했고, 그 공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 후 소녀가 평소에 앓고 있던 야뇨증도 없어지고, 할 일 없이 주변을 배회하는 일도 없어졌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 주변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제주경찰에서 사전약방 시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약방(事前藥方)이란 ‘사람이 죽은 다음에 약을 구한다’는 의미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무용(無用)을 극복하기 위해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등의 피해를 입을 우려가있는 가정을 사전 발견해, 맞춤형 처방으로 피해를 예방하는 제주경찰청만의 특수시책이다.

2014년 4월 시행한 이래로 62개 가정을 지원했고 다행히 현재까지 우려했던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현재 경찰을 비롯한 행정기관,해바라기센터,경찰발전위원회 등 18개 유관기관·단체가 적극 참여하고 있고, 사안에 따라 법률적·정서적·경제적 지원 및 방범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범죄의 예방은 경찰의 가장 소중한 책무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범죄를 경찰이 다 막을 수는 없다.

경찰과 행정기관, 사회단체가 함께하는 협력·참여치안을 통해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이웃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적극 제보를 할 때 천혜의 관광도시에 걸맞는 안전한 제주사회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