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인신구속 … 망가져버린 내 삶”
“피해여성과 연락 이유로 용의선상 올려 44시간 체포
‘소문 자자’ 권고사직 후유증 불구 경찰 침묵만”
“이제 제 삶은 누가 다시 돌려주나요?”
경찰이 ‘중국인 여성 피살 사건’의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한 양모(37)씨의 말이다. 14일 범인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양씨가 용기를 내 제주 시내 한 공원에서 그간의 심정을 털어놨다.
“경찰 수사를 받고 난 뒤 삶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이웃과 직장에 안 좋은 소문이 퍼졌고, 이 때문에 직장에서도 잘렸어요. 섣부르게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제게 사과도 안 하나요”라며 양씨는 성급하게 인신을 44시간이나 구속했던 공권력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13일 서귀포시 야초지에서 살해된 여성 시신이 발견된 뒤 경찰은 피해 여성이 일했던 주점의단골인 양씨를 제일 먼저 용의 선상에 놓고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18일 새벽에 출근하는데 경찰들이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중국인 여성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며 서귀포경찰서로 데려갔어요.”
경찰은 그 당시 “양씨가 심야 시간대에 피해자와 따로 만나는 등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 여성이 일하던 술집에 몇차례 갔다 오고,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단지 그 이유로 경찰들이 저를 용의자로 몰아서 체포한 것이 너무 억울했어요. 결국 아무런 혐의 없이 풀려났잖아요.” 양씨는 이 말을 하면서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양씨가 유치장에 들어간 18일 경찰은 양씨의 집과 직장 두 곳을 압수 수색을 했다. 양씨의 어머니는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주택가인데, 낮에 수십여 명의 경찰들이 아들의 옷 등을 가져갔다”며 “그 과정에서 아들이 살인자라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다. 진범이 잡히기 전까지는 온 가족이 제대로 밥도 못 먹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양씨는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다니던 직장에서도 해고 권고를 받았다. “경찰의 압수 수색 후, 회사 쪽에서 회사 이미지상 안 좋을 수 있으니깐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안 나오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양씨가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풀려난 지 3일 뒤의 일이었다.
양씨는 경찰 조사 이후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저를 보고 수군대는 거 같았어요. 특히 중국인들이 저에게 해코지할까 봐서 밖에도 잘 다니지 못했어요.”
양씨를 8년간 알고 지냈다는 직장 동료 오모(41)씨는 “원래 활발하고 순수한 친구였는데, 이번 일로 마음고생이 심하다. 아무리 강력범죄 수사라고 하지만 경찰이 개인의 인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