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여성 살해범 “돈 때문에 우발적···”

작년 12월30일 살인…시신 차량싣고 사흘뒤 유기
경찰 “현금 인출 등 미뤄 계획적 범행 가능성 염두”

2016-05-15     김동은 기자

속보=서귀포시 임야에서 피살된 채 발견(본지 4월15일자 4면 보도)된 20대 중국인 여성을 살해한 중국인 피의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피의자는 금전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돈을 빼앗기 위해 피해 여성을 살해했으며,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3일간 유기 장소를 물색했다고 진술했다.

서귀포경찰서는 A(23·여·중국)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긴급 체포한 중국인 S(3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S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시10분께 A씨를 만나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다니다가 제주시 외도동 외곽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S씨의 승용차 바닥에서 혈흔을 발견했으며, 긴급 감정을 실시한 결과 A씨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S씨가 지난 1월 3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제주’, ‘중국인 여성’, ‘살인’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기록도 확보됐다.

S씨는 금전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돈을 빼앗으려고 차량에 있던 과도로 A씨를 위협해 직불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시신을 차량에 싣고 3일간 유기 장소를 물색하던 S씨는 1월 2~3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인적이 드문 임야에 시신을 유기했으며, 범행 이후에도 태연히 일상 생활을 이어갔다.

S씨는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살해 후 나흘 만에 A씨의 중국 은행 계좌에서 현금 619만원을 모두 인출한 점 등을 미뤄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S씨가 A씨의 핸드백과 겉옷 등을 버렸다고 진술한 제주시 애월 도로변 쓰레기 수거통을 찾았으나 이미 수개월이 지나 수거되고 없었다고 전했다.

S씨는 또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제주시 조천 해안가 부근에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S씨는 2005년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후 2010년 한국 국적의 여성과 결혼하면서 결혼이민 비자를 받아 제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관광 안내를 하거나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해왔다.

A씨와는 제주에 무사증으로 온 지난해 10월부터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으로 대화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구직 상담을 하며 몇 차례 만나는 등 비교적 가까운 관계였다.

경찰은 사체 유기 등의 범행 과정상 공범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차량과 컴퓨터 등에 대한 감정 분석을 통해 추가 증거를 확보하는 한편, 다음주 중 현장 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S씨는 14일 오후 1시10분께 자신을 탐문 수사하던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삼양파출소에서 S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날 S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족에게 죄송하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참회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13일 낮 12시께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임야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예리한 흉기에 목과 가슴을 6차례나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