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위해 ‘노는법’ 배우는 선생님
도내 초등 교사 16명 놀이교육 연수 ‘선제적’ 참가
“학원 바쁜 아이들 학교에서 만큼은 놀수 있어야”
입시 방향이 바뀌고 공교육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교육적 흐름을 체득하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놀이’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해, 퇴근 후 편안한 휴식도 미룬 채 모임을 갖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에 나선 교사들이 있다.
서귀북초등학교 양준혁 교사를 비롯한 16명의 초등 교사들은 올 초 탐라교육원에 ‘놀이교육’ 연수를 신청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배워주고 싶었던 교사들은 탐라교육원의 지원을 받아 외부강사를 영입, 실내·외에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전통놀이를 직접 몸으로 배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16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오는 7월 7일까지 격주 목요일마다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의 현향미 강사로부터 다양한 전통놀이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 배움은, 곧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이가 된다.
교사들의 소속 학교는 서귀북초, 삼양초, 어도초, 광양초 등으로 제각각.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어떻게 놀아야 하는 지 아이들도 선생님도 잘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양준혁 교사는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만지는 횟수를 줄일 수 있고, 관계가 좋아지면서 학급관리도 더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현재 서귀북초 아이들은 70분으로 길어진 점심시간과, 2~3교시 사이에 20분으로 늘어난 중간놀이 시간을 이용해 ‘놀이’를 하고 있다.
양 교사는 그간 연수에서 배운 ‘달팽이 놀이’ ‘흡혈귀 놀이’ ‘열발 뛰기’ ‘실 놀이’ 등 실내외에서 할 수 있는 다채로운 놀이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왔다. ‘흡혈귀 놀이’는 일명 눈치게임이다. 고학년 층에서 인기가 많다. 6학년을 가르치는 양 교사가 자주 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달팽이 놀이’는 바깥에서 달팽이 모양의 선을 그린 뒤 한 팀은 안에서, 다른 팀은 밖에서 각각 상대를 향해 먼저 뛰어가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상대 진영에 먼저 들어가는 팀이 이긴다. ‘열발 뛰기’는 미션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아이들의 상태나 여건에 따라 활용도가 높고, 손가락에 실을 걸어 모양을 만드는 ‘실 놀이’는 앉은 자리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력에서 행복으로 교육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제주를 비롯한 전국 교육청이 놀이의 교육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어린이 놀이헌장을 발표하고, 최근 순천시가 ‘기적의 놀이터’ 1호를 개관한 것은 이미 공교육이 놀이의 힘을 정책화하기 시작한다는 방증이다. 제주지역 교사들이 놀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선제적 활동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셈이다.
현재 놀이교육 연수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 가운데 일부는 ‘제주교사놀이모임 가위바위보(대표교사 김형민 새서귀초, 1999년 발족)’ 소속이기도 하다. 양 교사 역시 2009년부터 이 모임에서 활동해왔다.
즐거운 학급을 만들고 싶고, 그 답을 ‘놀이에서 찾은 16명의 교사들. 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가기에 바쁜 아이들이 학교에서만큼은 놀 수 있어야 한다”며 “협동을 해야 이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서먹하던 아이들도 비로소 친구가 된다”고 놀이가 갖는 힘을 설명했다.
현재 이 연수에는 양준혁 김미진 최혁진 고희수 문규미 조성희(서귀북초), 홍정주 이현주(삼화초), 신찬엽(삼양초), 이민지(물메초), 강수연(도남초), 신혜원(광양초), 최진욱(어도초), 현경윤(제주동초), 박현경(한마음초), 문다예(제주남초) 교사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