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주년’ 제주학 진흥 위한 새로운 전환점
예산·인원 등 보강 발전 기틀 마련
제주 정체성 연구기관 역할 최선
제주학연구센터가 출범한 지 5년이 됐다. 2011년 8월 국제자유도시·특별자치도로서 위상 정립과 제주인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제주학연구센터는 지방정부가 출연한 첫 제주학 관련 공공 연구기관이다. 민선자치시대가 시작된 지 20년, 특별자치도 선언 10년차가 된 이 시점에서 제주학연구센터의 입지가 얼마나 강화됐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무엇을 해 왔는지 돌이켜 보자. 연구 공모사업을 통해 제주학 연구비를 연구자 및 연구단체에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연구 결과물이 축적되고 있다. 또한 제주학 아카이브를 온라인으로 구축, 연구자 및 시민들에게 수많은 제주학 관련 원 자료(raw data)를 디지털화해 웹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화사업으로 진행한 제주어 관련 사업도 제주어 표기법 해설서 발간·실태 조사·시민강좌 등 나름의 업적을 일구었다. 더욱이 2013년에 ‘제주학연구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를 제정, 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확보되기도 했다.
올해 제주학연구센터는 출연 예산이 2배 증액되면서 센터장을 포함한 2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함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센터장에 임용된 필자는 센터의 도약적 발전을 위한 방향타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민간 연구단체 및 연구자 중심의 제주학을 진흥시키기 위해 센터는 연구기획과 지원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제주학의 글로벌화를 위해 국내·국제 네트워크를 더욱 활발하게 구축하고, 시민 대중과 함께 하는 ‘열린 제주학’, ‘실용적 제주학’을 추구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센터는 올해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조선후기 ‘승정원일기’와 일제강점기 신문에 수록된 제주 관련 기사들을 추출해 번역 발간함으로써 연구자와 시민들이 쉽게 사료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수많은 제주 관련 자료들을 제주학 아카이브에 탑재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김석익·김태능·석주명·부종휴·타케(Taquet) 신부·이즈미 세이이찌(泉靖一) 등 제주학 선구자에 대한 자료 수집과 아카이브 구축 사업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시민 대중들에게도 열린 지향점을 갖고자 한다. 제주 문화에 목마른 시민들을 위한 대중적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제주학대회를 개최함으로써 단순한 학술대회를 넘어서서 시민과 학생·청소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학술축제의 장을 열고자 한다. 관덕정 마당에 제주학 관련 책과 만화 판이 벌어지는 도서전 구상도 하고 있다.
올해를 제주학 진흥을 위한 새로운 전환의 시점으로 여겨본다. 자체 동력이 마련되고 주변의 관심과 후원이 뒷받침되면 내년부터는 더욱 방대한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공약에도 들어있는 제주통사·제주어대사전 등 대형 역사·언어 편찬사업이 최우선 과제로 다가온다.
인터넷을 통한 제주학 아카이브도 오프라인으로 전면 확대 개편해야 할 것이다. 제주학 연구 지원사업의 대폭 확대 및 후속 연구인력 양성 지원사업도 고려 대상이다. 앞으로 새로운 공간과 인력·조직이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 다섯 살에 지나지 않은 센터에 너무 많은 기대를 스스로 하고 있는지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준국가를 지향하는 특별자치도라면 한국학중앙연구원·국사편찬위원회·국립국어원·국가기록원에 준하는 제주학연구원·제주역사편찬위원회·도립제주어연구원·제주기록원(아카이브센터)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 것인가?
이 정도 포부는 있어야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제주학 연구의 중점 공공 연구기관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제주학연구센터 설립의 애초 목표가 완결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