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받는 사람이 좋아해야 합니다”

2016-05-11     임정민

어버이날 ‘팔찌 만들기’ 이벤트
‘수제’ 선물 받은 아버지 웃음꽃
가족 사랑 확인한 의미 깊은 행사

베트남 아내 사랑한 남자
자신 위주 ‘강한’ 열정에 아내 떠나
‘진짜 사랑’ 몰랐다 때늦은 후회

아름다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나아가 ‘사랑의 달’이라 하고 싶다. 사랑으로 가득 찬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즐겁고 행복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정겨웠다. 8일 어버이날은, 넘쳤으나 그러함을 알지 못했던, 사랑의 절절함으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진 날이었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해도 스승의 은혜는 깊고도 높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16일 성년의 날에 이어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지난 토요일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예쁜 손 글씨와 함께 구슬을 우레탄 줄에 꿰어 ‘수제품 팔찌’를 만들었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동작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작품들이 완성됐다. 6살부터 고등학생까지 40명의 아이들의 결과물은 참으로 다양했다. 형형색색 조화를 이룬 팔찌는 어버이날 부모님께 드리는 가장 귀한 선물이 될 것으로 보였다. 3명의 자녀를 둔 부모님은 정성이 담긴 3개의 팔찌를 받게 된다.

부모님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만들어 준 팔찌를 끼우고 다니는 건 예사로운 일이다. 그런데 과연 아버지들은 어떨까 모두의 관심이 모아졌다.

며칠 뒤 평소 무뚝뚝하던 A군의 아버지가 밝은 미소로 과일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아버지를 웃게 한 것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소중한 팔찌였다. 그것도 2개씩이나. 묻지도 않았는데 “6살 막둥이까지 손목에 채워 주는데 뺄 수 없어 계속 하고 다닌다”며 자랑하듯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곤 남들이 유치하다 할지 몰라도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걸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고 했다. 돈 많이 들여 산 것보다 훨씬 귀한 건강 팔찌라는 표현에 교육의 보람도 느꼈다.

이렇듯 ‘작은 정성’이 ‘큰 행복’을 주는 가족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 바탕은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들이 상처가 될 수도 있어 사랑에도 ‘배려’가 필요함을 경험하곤 한다.

베트남에서 온 B씨는 5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넓은 아파트 등 경제적으로 안정됐다. B씨는 한국어 능력도 뛰어나 번역과 통역이 가능한 인재였다.

문제는 사랑에서 비롯됐다. 시부모님의 따뜻한 배려와 자상함, 남편의 사랑이 ‘넘쳐’ 오해를 낳게 됐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남편은 입국 초기부터 아내에게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시켰다. 하루에 일정 분량의 책 읽기와 일기쓰기, 신문사설의 어려운 낱말 익히기는 물론 아내의 발음 교정까지 해주는 등 대단한 열정이었다.

남편의 ‘정성’에 맞춰 B씨는 규칙적인 공부를 하며 실력이 크게 늘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쌓여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일일이 시부모와 남편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자신 때문이다. 배려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남편은 이를 알면서도 아내의 미래를 위해 한국인보다 더 완벽한 한국인이 되길 원했다. 그것이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B씨가 힘겨워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별거를 하게 됐고, B씨는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됐다. 일시적일 거라 생각했던 별거가 2년을 넘기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기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사정을 이야기 하는 남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직도 아내를 사랑합니다. 언제든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늦었네요. 사랑하기에 미래를 위해 강하게 표현했고 무리한 요구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나친 욕심이었나 봅니다. 사랑하는 진짜 방법을 잘 몰랐던 가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선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우리는 생활 속에서 사랑하는 방법을 얼마나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진정한 사랑과 배려는 자기가 아닌 대상이 중심돼야 함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