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환율담합’ 면죄부 논란

롯데·신라 등 8개 면세점 전화로 환율 ·적용시기 담합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낮은 환율로 판매
소비자 피해 불구 “부당이익 미미”이유 시정명령만

2016-05-11     진기철 기자

국내 8개 면세점 사업자가 국산품 원화 판매가격을 달러 표시 가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용환율 및 적용시기를 담합했다가 공정위에 적발됐다. 하지만 4년여 조사를 벌여오다 뒤늦게 시정 명령만 내려,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주)호텔롯데, (주)호텔신라 등 8개 면세점 사업자들은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등을 통해 적용환율 및 적용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적용환율은 면세점의 국산품 원화가격을 달러가격으로 전환할 때 기준이 되는 환율로, 시장환율보다 적용환율이 낮으면 면세점이 이익을 취하고, 높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즉 면세점 판매가격이 10만원인 상품인 경우 적용환율을 900원으로 할 경우 달러 표시가격은 111달러, 1000원으로 했을 경우 100달러에 판매된다.

이들 사업자는 2006년 7월부터 시내면세점에서 내국인에 대한 국산품 판매가 허용되면서 면세점간 동일 상품 달러 표시가격 차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이듬해 국산품 적용환율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5년여 동안 모두 14차례에 걸쳐 적용환율 및 그 적용시기를 담합해오던 중 신라는 2011년 5월에 롯데 등 나머지 7개사는 2012년 2~3월에 담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익이 미미하고, 부당이익을 할인 행사 등을 통해 돌려줬다’는 면세점 사업자들의 소명을 받아들여 시정명령 만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자들의 담함으로 인한 경쟁제한효과가 미미하다”며 “적용환율수준도 시장환율 보다 낮은 경우뿐만 아니라 높은 경우도 있어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어 “면세점 사업자들이 환율 담합으로 이득을 본 것은 38개월, 손해를 본 것은 25개월 정도이고 다양한 할인 행사나 판매촉진 할인 등을 감안하면 부당이익이 미미해 과징금 부과까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자들이 담합으로 부당이익을 얻다 할인행사 등을 통해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공정위는 이를 용인해준 꼴이어서 ‘소비자 우롱’에 면죄부를 준 것 아이냐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