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청탁’ 들어준 건축심의위도 책임”

애월읍 공동주택 ‘인허가비리’ 경찰·전문가 지적
“심의직전 ‘문자’ 공무원 뜻대로 나온 결과는 청탁”

2016-05-11     박민호 기자

애월읍 하귀리 공동주택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이 일부 건축심의위원들에게 ‘청탁’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공무원은 건축계획 재심의 직전 일부 건축계획심의위원들에게 전화 내지 문자메시지를 통해 심의대상 건축물의 정보를 알려줬고, 심의 결과 원안(지하1층 지상4층)에 가깝게 ‘조건부통과’ 결정이 내려지면서 제주도건축심의위원회 역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통상적인 ‘부탁’이었고, 건축심의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사를 맡은 경찰과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공무원이 건축물의 정보가 담긴 문자를 심의 직전 심의위원에게 보냈고, 사실상 건축주의 요구가 반영된 심의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에 사실상 ‘청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경찰 조사결과 해당 공무원이 돈을 받은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청탁’으로 보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1차 심의(지상 3층) 이후 주변 건축물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달라는 재심의 요청에 따라 심의가 이뤄진 것이다. 때문에 심의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를 맡았던 경찰과 일부 전문가들은 제주도와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건축물의 지번, 건축주의 이름 등이 담은 정보가 공무원을 통해 재심의 직전 일부 심의위원들에게 문자로 전송됐고,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청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전에는 심의위원들의 정보를 공개되지 않았지만 음성적 로비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 보다 자유로운(?) 청탁이 가능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 역시 “도건축심의위원회는 고도의 전문성과 객관성,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심의기구’”라며 “결과적으로 공무원의 요청한 대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심의위원들도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축심의위원들이 심의권을 악용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설계)도면이라도 심의위원(건축사사무실)이 제출한 것은 원안 통과되고, 다른 사람이 제출한 것은 통과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상당수 심의위원들은 초법적 지위를 악용, 상황에 따라 다른 심의 결과는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터질게 터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심의 제도 전반에 걸친 구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주택은 지난해 1차 건축심의에서 해안경관 등을 고려해 3층으로 조정 받았다. 하지만 건축주가 인근 주택들(4층)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재심의를 요청, 이후 3차례 심의 끝에 지난해 12월 최종 심의에서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건축주는 시공과정에서 지하 1층을 지상으로 방법으로 사실상 5층 건물로 불법시공하다 당국에 적발, 지난 2월 공사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