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6세기 축조된 왕궁 입구 등 건물 자체가 ‘역사’

<4> 바르도박물관 ②
프랑스령이 된 ‘바르도 조약’의 체결지
다양한 민족이 거쳐 간 역사 한 눈에 관람
‘튀니스의 루브르’라는 애칭 붙은 이유

2016-05-10     제주매일
바르도박물관에 가려면 ‘메트로’라고 부르는 트램을 타고서 ‘바르도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바르도박물관은 원래 13세기 하프시드 왕조의 술탄이 임명한 지방 장관의 관저였던 곳이다. 이후 왕조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확장되고 개축되면서 아랍풍과 스페인풍의 건축양식이 가미됐다. 튀니지가 프랑스의 보호령이 된, 그 유명한 ‘바르도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 역사 전체를 한 눈에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자이크 박물관이다. ‘튀니스의 루브르’라고도 한다. 내가 바르도박물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기원전 814년경 페니키아인들이 이 땅에 이주하여 세운 고대국가 카르타고를 비롯해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 이후 이 곳을 지배한 게르만계 반달왕국, 비잔티움 제국, 스페인, 오스만 터키와 아랍 이슬람시대에 이르기까지 튀니지의 역사 전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르도 박물관은 건물 자체도 역사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동굴처럼 보이는 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것은 14~16세기 하프시드 왕조 때에 지어진 왕궁 입구이다. 이문을 지나면 고대와 중세 시대로 들어가 된다.
 
 이곳에서는 카르타고 시대에 제작된 석관을 비롯해 2~4세기 로마시대의 북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나온 많은 석관과 묘비들을 볼 수 있다. 비제르트에서 발견된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 풍경의 모자이크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작품이라 한다. 로마시대에 제작된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이 새겨진 모자이크 등도 당시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 다양한 종교 유물 전시
 바르도 박물관에서 내가 본 모자이크들은 이탈리아에서 본 모자이크보다 색채가 더 화려하고 당시의 모습을 생동감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카르타고제국에서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쳐졌던 어린이가 조각되어 있는 ‘카르타고의 묘비석’이나 이탈리아의 바로크 양식으로 된 천장 일부와 홀, 로마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그 위에 로마를 꽃피웠던 곳에서 발견된 아폴로 대리석상, 비너스 바쿠스 조각상, 헤라클레스 청동상, 로마 황제들의 대리석상….
 
 그런데 튀니지박물관에는 이슬람이면서도 로마문화와 함께 들어온 기독교, 유대교의 종교유물도 함께 전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쳄토우에서 발굴된 기원전 1~2세기 작품인 ‘일곱 명의 남성 사제와 한 명의 여성 사제의 흉상’, 6세기말의 기독교인들에게 세례를 주던 ‘뎀나의 세례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바르도박물관을 관람하지 않고서는 튀니지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매번 이 곳을 방문할 때마다 유물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신비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금 이곳에 서있는 자체가 나의 역사요 감동이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