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같은 잘못’ 행정 갑질 논란
남의 밭에 무단으로 중장비를 이끌고 침입해 밭을 망치고 관수시설 등을 파손했다면 분명 ‘범죄’행위다. 그리고 잘못을 인정, 배상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해 놓고 두달 만에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질렀다면 사법적 처벌이라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과정에서 벌어져 비난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 하청을 받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업체는 2개월 전 제주시 화북동 A씨의 농장에 굴삭기를 끌고 들어가 이동하면서 농장 내 이랑과 관수시설 등을 파손시켜 약 400만원의 재산피해를 야기했다.
이에 제주도는 A씨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최근 다른 방제 업체가 A씨 농장에 무단으로 침입, 2개월 전처럼 농장을 훼손시켜 버렸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잘못이 불과 2달새 반복된 것이다.
어떻게 행정이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장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농장주 A씨의 분통을 십분 공감한다.
행정의 안일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재선충병 방제목 방제 작업 특성상 짧은 시간 내 광범위한 지역에서 진행하다 보니 실수했다는 변명도 설득력이 없다.
관(官)의 잘못으로 민(民)에게 불편을 끼쳤으면 구두 항의만 있었다 해도 기록했다가 재발을 방지해야함이 당연하다할 것이다. 그런데 행정의 잘못으로 수백만원의 ‘세금’이 투입돼 보상을 해준 곳도 챙기지 않고 같은 잘못이 발생했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A씨 농장에는 폭 7m의 진입로와 5.5m의 작업로가 조성돼 있음에도 작업상 편의상 밭을 가로지르면서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을 더욱 개탄한다. 농장주에게 연락만 해도 밭을 훼손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차 피해를 무시하고 2차 피해를, 그것도 같은 장소·같은 잘못으로, 야기한 행정의 행태는 민(民)에 대한 ‘관(官)의 갑질’로도 인식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