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차원의 위기의식과 독수리의 처절한 변신

2005-07-22     신상범 논설위원

기척 이라곤 없는 높은 산꼭대기, 독수리는 날카로운 암반을 부리로 마구 찍는다. 얼마나 돌을 찍었는지  부리는 문드러지고 한 참 뒤 부리에선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 새로 돋아난 부리가 자신의 발톱을 뜯어낸다. 피가 낭자하다. 얼마 후 발에서 새로운 발톱이 날카롭게 돋아난다. 이번엔 새로 돋아난 발톱으로 자신의 깃털을 뽑기 시작한다. 얼마를 지난 뒤 털이 모두 뜯겨진 알몸에선 새 깃털이 솟아올라 광택 나는 깃털로 몸을 덮는다.
새 부리와 새 발톱은 예리하리만큼 날카로워 졌고 새로 돋아난 날개는 힘차게 바람을 차며 창공으로 솟아오른다.

하늘의 왕자 독수리의 변신하는 과정이다. 독수리는 수명이 30년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독수리는 30년 수명을 다 할 때 쯤 그동안 무뎌진 부리와 발톱 그리고 날개를 스스로 다 뜯어내고 새로운 30년 수명을 시작한다. 처절한 변신 과정을 거쳐야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독수리의 일생은  기업의 수명을 이어나기위한 생태적 몸부림을 비유하는 예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이 태어나서 30년을 넘긴 기업이 별로 없다. 장수하는 기업은 자전거의 바퀴돌림같이 처절하리만큼 돌리며 변신에 성공한 기업들이다. 우리나라에선 몇 년 전 삼성 그룹 이 건희 회장이 “처자식을 빼곤 모두 바꾸라”는 선언으로 변화의 긴박성을 설파하였다. 그런 역사적기업풍토가 삼성을 60년 동안 지탱 하게 하였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케 하였다.

20세기말부터 시작된 국내외 환경은 언제 어데서 “쓰나미” 와 같은 세기적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니 이미 국가이기주의와 지역이기주의가 엉키며 사회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 제주에선 행정과 예산의 효율을 내세운 단일자치제와 참정권을 내세운 현 시군체제 자치를 도민들이 선택하는 역사적 주민투표를 앞두고 제주도와 시ㆍ군이 극단적 집단이기주의싸움을 벌리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시장군수와 도지사간에 서로 발목잡기로 행정의 효율성이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제주도는 70년대 초부터 제주 특유의 자연과 민속 문화  특수한 기후환경과 청정자연자원을 토대로 관광산업을 필두로 감귤 특수농수산업 등으로 다른 지역에 앞서 경제개발이 이루어졌다.

지금 30년을 고비로 이들 산업이 다른 지역 과 외국에 추월당하여 관행적 관광에 싫증난 관광객은 다른 지역으로 발을 돌리고 오히려  농수축산물을 수입하는 처지가 되고 도민들의 경제 환경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국제 자유도시ㆍ평화의 섬 , 특별자치도등 정부가 그럴듯한 새 계획을 선심 쓰듯 내놓고 있으나 이들 계획을 추진시킬 실질적 정부정책은 없다. 오히려 새 정책들은 유사계획으로 둔갑하여 정치력이 큰 다른 지역에 더 경쟁력 큰 계획을 세워 적극 지원하는 바람에 제주는 들러리 역에 그치고 있는 형극이다.
지금 제주야말로 스스로 처절하게 변하지 않으면 되돌아올 수 없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마지막 고비에 서있다. 타율이 아닌 자율로 살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7월27일 주민투표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인 주민에 의해 지역계획을 선택하는 시험적 인 것이다.  항간에는 주민투표법을 악용하여 유권자의 30%이하면 투표가 무효라는 점을 들어 주민들에게 기권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인들이 젊어졌다. 이들은 내 고장과  한국을 어떻게 만들어야 내가 잘 살 수 있는가를 판단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민이 주인노릇 하려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성숙함이 있어야한다. 정부와 제주도는 60년 동안 시행한 행정계층을 변화시키려면 사전에 면밀한 전문적 분석으로 장단점을 제시하고 주민의 선택을 기다려야했는데 개념적으로 선택을 강요하다보니 도민들과 도 시군이 서로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꼴불견 한 상황이 되고 있다.

북한 관광길이 확 트이기 시작했다. 제주의 관광산업이 태풍 앞의 촛불 같이 되어 가고 있다. 제주의 관광산업은 1차 산업의 연장선이다. 현재의 도지사 시장군수, 의원들은 지금의 영화의자리가 다음도 자기 것으로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투표는 분명 권리다. 혹자는 “기권도 권리다” 라 는 괴변을 내세우고 있다지만 투표는 권리임과 동시에 국민의 의무이다. 우리들은 생존차원의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들은 독수리같이 처절한 변신이 없인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