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라는 명칭이 무색한 제주공항
태풍급 난기류(亂氣流)의 영향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지난 2일, 제주국제공항의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비행기가 결항돼 관광객 등 1만5000여명의 발이 묶인 가운데 각종 서비스 미흡으로 불만이 속출했다.
특히 개별관광을 온 외국인들의 불편이 더 컸다. 비상상황 발생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정보를 얻을 수 없어 기약 없는 기다림만 반복했다. 미국인 A씨는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공항에선 어떤 안내방송도 들을 수 없었다”며 “결국 서울에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제주공항의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폭설(暴雪) 때도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당시 중국인 B씨는 “공항 안내방송은 모두 한국어이고 심지어 영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며 제주를 두 번 다시 찾지 않겠다는 글을 자국(自國)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항공사 측도 할 말은 있다. 난기류로 비상상황이 발생하자 한국어를 포함해 중국어와 영어 등의 안내방송을 실시했다는 것. 다만 안내방송이 소음(騷音)이 될까봐 볼륨을 낮췄고, 당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들리지 않았던 것이란 해명이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측의 주장대로 ‘소음’이 문제라면 미리 누구나 볼 수 있는 ‘전광(안내)판’을 마련하는 등의 성의라도 보였어야 했다. ‘국제공항’이란 명칭이 무색(無色)할 정도로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제주공항의 현실이 낯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