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현상에 발 묶인 음식물 처리시설

2016-05-03     제주매일

님비(NIMBY)현상은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의 약어로, 지역 이기주의(利己主義)를 뜻한다. ‘님비’라는 말 자체가 배출된 쓰레기의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한데서 유래됐다.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읍면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자체처리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바로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 때문이다.

현재 도내 동(洞)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제주시 봉개동과 서귀포시 색달동의 시설에서 처리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읍면 지역은 처리시설이 없어 종량제 봉투에 넣어 혼합 배출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음식물 자체처리시설’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사업은 출발부터 벽(壁)에 부딪혔다. 도가 2억2500만원을 들여 읍면 공동주택 5개소에 자체처리시설을 보급키로 했으나 1차 공모 결과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2차 공모에선 제주시 조천읍 소재 공동주택 1개소만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남은 예산을 읍면 노인복지시설 음식물쓰레기 자체처리사업에 사용키로 하고 지난달 공모에 나섰지만 이마저 부진했다. 도가 계획했던 10개 내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곳만 응모한 것이다.

이처럼 음식물쓰레기 자체처리시설을 꺼리는 것은 우선 관리에 대한 문제 때문으로 전해졌다. 관리 주체(主體)를 두고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측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신청 자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우리 마당만은 안 된다’는 님비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른바 혐오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뻔하다. 자신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다른 이의 마당에 버리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