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 한라도서관 주말 방수공사

2016-05-02     제주매일

제주시 한라도서관은 지난 30일 오전부터 ‘지붕 방수공사’를 벌였다. 장마철을 앞두고 건물의 비가 새는 방지하기 위한 방수공사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택일’과 공사 진행으로 민원을 샀다.

이날 작업자들은 지붕공사의 막바지 작업으로 ‘액체우레탄’을 뿌렸다. 그게 문제였다. ‘액체우레탄’이 내뿜는 강한 화학약품 냄새가 도서관 장내를 진동시킨 것이다.

주말 모처럼 도서관을 찾았던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냄새가 불쾌해서 도서관 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살인 가습기 세정제’ 사건의 여파로 호흡기를 통한 ‘이물질’ 흡입에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우레탄 냄새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이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라도서관은 안내에서도 배려의 부족을 드러냈다. 도서관 측은 “지붕방수 공사 중”이라는 안내 푯말만 세워 놓고, 어떤 약품을 뿌리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한라도서관의 휴일 공사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기를 맞추기 위함이라곤 했지만 아이와 학부모의 이용이 많은 주말에 공사를 ‘강행’했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좀 일찍 서둘러 공사를 휴관일에 맞춰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크다. 모처럼 주말 부모와 아이의 즐거운 도서관 나들이를, 권장해야 할 도서관 측이 도리어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사안내 푯말과 함께 당연히 ‘액체우레탄’ 시공 내용도 적시해야만 했다. 그리고 냄새가 불쾌할 수 있음도 알리고, 불쾌하더라도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등의 안내문구가 들어갔으면 부모와 학생들이 불편은 해도 불안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뿌린 액체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걸로 안다”는 도서관측의 답변도 너무 무책임하다. 그야말로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액체우레탄 냄새가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 확실히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도서관은 도서관 직원들이 아니라 어린이와 시민 등 이용자를 위해 존재해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