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병’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은 2차 피해
원인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목숨까지 잃는다는 사실에 놀라움
화실 작업 등 ‘일상’에서도 경험
작업·생활습관 바꿔야할 듯
특히 장시간 앉아 일하는 사람들
추적추적 비가 내리다 그치고 어느새 안개가 밀려왔다. 갤러리를 하얀 안개 속에 가둬놓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소리 없이 흩어져 뽀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중산간마을 유수암이다. 오묘한 자연이다.
그런데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현이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인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 1차적인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이어 야기되는 제2차 피해 또한 커서 지속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피해의 배경에는 현재 가장 핫이슈가 되고 있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하면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움직이지 않고 오랜 시간 앉아있을 경우 다리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것으로 알아왔다. 심해야 호흡곤란까지 발생하는 증상으로 가볍게, 무심히 여겨왔었는데 이 증상으로 목숨까지 잃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지금까지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기를 수차례 타면서도 단 1번도 이런 증상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넓은 공간인 화실에서 작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종종 이런 증상을 경험하곤 한다.
작업에 열중하다보면 배고픈 줄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작업을 하다보면 발가락 끝에서부터 허벅지, 허리, 어깨까지 저려오는 증상, 말로 시원하게 표현 못할 통증을 느끼곤 했다. 이런 증상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었다고 한다.
경험으로 봐서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은 급박한 상황이 아닌 평소에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인 셈이다. 장시간 서있거나 신진대사가 원활히 되지 않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했을 경우에도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이 증후군은 혈액순환이 비교적 잘되지 않는 어르신들에게만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시간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직장인,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도 나타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작업하는 습관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수시로 스트레칭을 통해 발과 무릎을 자주 주무르며 피를 순환시켜주고 하루에 한잔 마시는 정도의 물도 자주 마셔야겠다. 작업복도 주로 입던 청바지에서 편안한 옷으로 바꿔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작업하는 습관까지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하겠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의 정식 명칭은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하지 내 혈류 장애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라고 한다. 비행기의 일반석 좌석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장거리 비행시에 심부정맥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붙여진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혈류 속도가 느린 다리에 혈전이 생겨서 혈구의 흐름을 막아 호흡곤란이 일어나 사망에까지 가는 상황을 TV에서 보고나서야 알았다. 그동안 몸을 너무도 무심하게 방치해 왔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주의가 요구되는 증후군, 장시간 앉아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다고 하니 더욱 조심해야 하겠다. 앉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하나의 ‘현대병(現代病)’인 셈이다.
생활 환경도 점점 좋아지고 먹는 것 사는 것도 점점 풍요로워지는 현대사회지만, 예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이런 부작용들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새삼 어릴 적 엄마가 해 준 간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있는 상태에서 이런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오게 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된다고 한다. 하루하루 건강하고 활기차게 스트레스 없는, 마음을 비우고 내 몸은 내 스스로 소중하게 지키려는 노력을 해나가야겠다고 나와의 작은 약속을 해본다. 구마모토현 주민 모두가 하루라도 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