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편향된 시각 바로잡아야

2016-04-24     제주매일

‘제주4·3’에 대한 시각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뉜다. 좌(左)와 우(右)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경찰이 ‘4·3’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 중 하나다.

제주지방경찰청사 내 제주경찰 추모 조형물을 보면 4·3사건 당시 순직한 경찰관들을 ‘대간첩작전 중 전사(戰死)’로 표기하고 있다. 조형물에는 1948년부터 지금까지 제주에서 근무하다가 사망한 총 235명의 경찰관 이름과 사망 날짜, 사망 원인이 적혀 있다. 특히 4·3사건 기간인 1948년 4월3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순직한 188명에 대해선 ‘대간첩작전’을 벌이다 전사한 것으로 표기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내용은 과연 ‘역사적 사실’에 부합한 것일까. 물론 4·3사건이 제주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무장봉기로 발단이 됐고, 경찰들이 남로당 유격대와 교전하다가 사망(死亡)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간 어린이와 노인 등 수많은 민간인들도 경찰에 의해 희생당했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군·경 토벌대가 민간인 희생자 1만4028명 가운데 1만955명(78.1%)을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10세 이하 어린이 814명, 노인 860명, 여성 2985명이 포함되어 있다. 토벌대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펼쳤던 것이다.

때문에 4·3 당시 순직한 경찰 모두를 ‘대간첩작전 중 전사’한 것으로 단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의 시각대로라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간 수많은 민간인들에게 ‘간첩(間諜)’이란 낙인을 찍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의 한 관계자는 “오래된 경찰 자료에 4·3 당시 순직 경찰들이 ‘무장공비와 교전 중에 사망했다’고 나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추모 조형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간첩작전’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전히 경찰청 내부에서 순직 경찰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지, 4·3사건 희생자들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역사(歷史)는 그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자신의 입맛대로 ‘역사적 사실’을 재단(裁斷)하는 것은 ‘진실’ 그 자체를 오도하는 것이다. 제주경찰은 어떤 의도가 없었다고 밝힌 만큼 ‘대간첩작전’ 등의 잘못된 용어를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계기로 좌와 우 양쪽 모두 ‘제주4·3’에 대해 보다 겸허하고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