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소포장·전처리 신선화 전략 절실

2016-04-21     한승철

소포장 신선제품 매출 증가세
1~2인 가구 증가 등 영향
제주도 소비구조 변화 고민해야

농산물 도매물류센터가 대안
농가소득 향상에도 기여
월동채소 수급문제도 해결 가능

최근 소포장 신선식품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는 바로 먹거나 간편한 요리 재료로 쓸 수 있는 신선식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1~2인 가구에서는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와 식사량이 적어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면 남은 재료가 처치곤란 상태가 되기 십상이어서 소포장 신선식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2인가구의 증가와 편의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소포장 신선식품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소비구조의 변화와 연관해 제주지역 농업분야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무·당근·양배추·브로콜리 등 월동채소의 소포장·전처리(세척·분쇄·소분 등) 신선식품화 전략이다. 제주지역 채소류 생산량은 연간 70만t 내외에 달하고, 감귤소득에 버금가는 조수입을 생산농가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채소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제주의 밭작물이라고 하면 80%이상이 채소작물을 지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제주지역 월동채소의 수급과 가격 불안정은 제주농업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JDI(제주발전연구원) 정책이슈브리프를 통해 ‘제주권역 농산물 도매물류센터 설립 및 조속한 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 이유로는 생산자단체의 시장점유율 향상에 기여함과 동시에 또 하나의 새로운 대안유통경로가 되고, 도내 소비자에게 신선한 청정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권역별 농산물도매물류센터 설립은 2013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 포함되어 경기 안성·경남 밀양·전남 장성·강원 횡성과 제주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또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소포장·전처리 신선식품의 매출 증가라는 소비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인프라야말로 바로 전처리시설을 갖춘 제주권역 도매물류센터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주의 청정농산물에 대한 제주도매물류센터 소포장·전처리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첫번째 소비자측면으로, 제주지역 83%의 비농가를 포함한 소비자가 소포장된 제주농산물을 쉽고 편리하게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신선식품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제주지역의 로컬푸드 기반은 아직도 취약한 편이다.

지금처럼 도내 하나로마트 등의 진열대마다 광주 등 육지부에서 소포장된 농산물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도매물류센터가 설립되면 제주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게 되고, 로컬푸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공급자측면으로는 APC 산지조직, 계통출하농가와의 연계강화가 가능해지고, 유통단계 축소 및 대안유통 창출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유통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수 있고, 소포장·전처리 농산물을 도내외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중소 슈퍼마켓·편의점·전통시장 등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 이를테면 산지농산물의 공동선별·포장·저장·판매·마케팅 등 부가가치 비즈니스 창출과 물류효율화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농협중앙회와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은 제주농산물 유통구조개선의 일환으로 제주권역 농산물도매물류센터 건립에 관심을 집중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월동채소의 문제해결 방향은 생산면적의 조정에서부터 비효율적인 유통구조의 개선, 소비확산정책 추진 등 다양할 것이다.

어쨌든 외국산 수입물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월동채소의 수급불안문제에 대해 사전 대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가지만이라도 해답을 내놓고, 예산확보 등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차제에 제주지역 밭작물 농산물의 유통구조에 대한 실태분석과 개선책 도출을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