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밝을 때까지 악몽과도 같은 시간”

본지 기자가 직접 겪은 일본 규슈 지진
새벽 지진발생에 韓 관광객 일정취소 공항行 ‘긴급귀국’
항공권 없는 이들 항구로…‘서귀포시 친선행사’도 무산

2016-04-17     진기철 기자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연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1명으로 늘어나는 등 2011년 대지진 후 최악의 지진 재해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9시 26분 쿠마모토현에서 규모 6.5, 최대진도 7의 지진이 발생한 후 다음 날까지 사망자 9명이 확인됐고, 16일 오전 1시 25분 규모 7.3의 강진이 재차 발생해 사망자가 급증했다.

특히 진원지 구마모토 외에 오이타현과 미야자키현까지 정전 사고가 잇따르는 등 규슈 전체로 지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규슈지역을 찾았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어지는 지진으로 인해 관광 일정을 접고, 서둘러 후쿠오카 공향을 찾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마모토 공항이 지진으로 인해 폐쇄됐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구마모토로 온천관광을 왔었다는 한국인 관광객은 “16일 지진이 발생하자 새벽 2시에 호텔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후쿠오카 공항으로 왔다”며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맘고생이 심했다. 한국행 항공권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지인들과 골프관광차 지난 14일 구마모토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후쿠오카 공항을 찾았다.

이날 후쿠오카 공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등은 그나마 안전이 확보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마저도 잠시였다. 지진발생 소식(경보)이 잇따르자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까지 식은땀을 흘려야했다.

수시간의 기다림 끝에 다행히 현장에서 항공권을 구한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후쿠오카와 부산을 잇는 배편을 알아보기 위해 인근의 하카타항으로 다시 떠나야했다.

후쿠오카현 남부에 있는 구루메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철쭉 축제도 행사 당일 취소됐다.

서귀포시·일본 구루메시·중국 다롄시 등 3개국의 친선행사지만, 16일 새벽 1시25분 진도 5강 규모의 진동이 발생해 도시 전체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등 규슈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여 참가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루메시는 진동이 날이 밝을 때 까지 지속되자 황급히 지역 내 초등학교 등에 피난소를 마련하는 등 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전 확보에 나섰다.

한국인 김모씨는 “철쭉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15일 후쿠오카를 찾았다”며 “그런데 첫날 밤 잠을 자다가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고, 곧바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에 호텔 1층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고 전했다.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생각하기도 싫은 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숙소에 묵었던 한모씨는 “내가 묵었던 호텔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고 내진설계가 잘 돼 있어 대피는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진이 발생하자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동료들의 안전을 확인하며 밤을 새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재외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17일 오전 후쿠오카에 신속대응팀 4명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