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 제주에도 파장 예상

“쉬워진 소송, 비판 교직원 겨냥” 교수사회 우려 확산

2016-04-14     문정임 기자

교육부가 사학(私學)의 소송 경비를 교비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소송 남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실제 대학과 교직원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제주지역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교육부는 사학이 경영 및 학사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경비와 자문료를 등록금 등의 교비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하고 현재 제안된 의견에 대한 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송비를 어느 회계에서 지출해야 하는 지 관계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사립대 경영진의 민원이 많고, 회계운영의 합리성 확보를 위해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학의 소송비를 법인회계가 아닌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경우 소송에 따른 부담이 줄기 때문에 소송이 남발되고, 그 중 일부는 학교에 대립각을 세우는 교직원들에게로 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서 나온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서일대학교의 경우 2006~2013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법률자문비용과 실 소송비용이 1억 6200여만 원에 달했고, 소송의 대부분은 교직원과의 인사 분쟁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제주한라대의 경우에도 내·외부와 마찰을 빚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양 측과 얽혀진 소송이 최소 16건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라대가 관리감독청인 제주도에 제기한 소송만도 2014년 이후 6건에 달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부서에서 직접 소송을 맡다보니 몇 안 되는 인력들이 다른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과 보다 지근에 있는 교수들은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제주한라대의 한 교수는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대학은 학생 등록금으로 소송비를 대고 교직원들은 각자 소송비를 부담하게 될 텐데, 누가 대학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학 편에 섰다”고 핏대를 세웠다.

교육부가 관련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전국 55개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교육부에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제주국제대와 제주한라대도 동참했다. 특히 한라대 교수협은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 이와 별개의 의견서를 따로 제출하기도 했다.

현행 사학법은 ‘교비회계’의 세출은 반드시 직접 교육 관련에만 쓰도록 사용처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따라 법원은 그간 법률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학교법인 임직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죄와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고, 이를 준용해 교육부도 2013년 이후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7개 대학에 대해 경고 및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때문에 교육부의 이번 개정 움직임에는 ‘교직원 탄압 방조 우려’와 더불어, 상위법(사립학교법 29조)을 두고 시행령만 개정한다는 법리적인 문제도 아울러 대두된다.

교수들은 “많은 사학재단들이 법정부담금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단이 부담해야 할 소송비용까지 덜어주고 있다”며 “교육부가 오히려 사학비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