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부터 청년까지 '소중한 권리 행사'
"좋은 나라 만들어 줬으면" 기대 한마음

제20대 총선 투표 이모저모

2016-04-13     특별취재팀

"90평생 투표 빼먹은 적 없어"

○…“아이고 눈 안 보영 어디에다가 도장 찍는 거라?”
13일 오후 1시께 ‘삼양동 제3투표소’가 설치된 제주시 도련 1동 경로당. 머리가 하얗게 샌 강성신(9) 할머니가 투표지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투표사무원에게 물었다. 강 할머니와 함께 온 최정덕(93) 할머니는 투표함 위치를 몰라 했다. 이를 보고 투표사무원이 달려와 할머니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는 것을 도왔다.

근처 주공아파트에 산다는 두 할머니는 그동안 한 번도 투표를 빼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투표를 겨우 하고 나온 강 할머니는 “지금까지 투표를 쭉 해왔지만, 오늘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머쓱해 했다. 최 할머니는 “눈 안 보이고 정신도 없어서 누구 찍었는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좋은 사람 뽑았겠지!”라고 한바탕 웃었다.

할머니들은 집에서 투표장까지 1시간을 걸려서 왔다고 했다.

 최 할머니는 “죽기 전까지 국민 한 사람으로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오늘 투표하러 왔다”며 “우리는 이제 곧 죽을 거라서 아무나 돼도 사실 상관없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 줄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오랜 기다림에 짜증도

○…13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중문초등학교 체육관에 설치된 중문 제1투표소에서는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힘들었는지 한 유권자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바깥에서부터 대기 줄을 서고 겨우 투표소 안으로 들어온 한 유권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라고 투덜대며 고함을 질러 한때 투표소 안에 냉기가 흘렀다.

이를 지켜 본 다른 유권자는 “투표 참여 열기가 높아서 생기는 상황으로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손이 모자라 시간이 한참 걸리는 불편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손등에 도장찍고 "투표하세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투표 인증샷을 게재하는 등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인증샷이나 손등에 도장 찍은 사진 등을 SNS에 게재하며 도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SNS에 인증샷을 남긴 송두혁(32)씨는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사진을 올렸다”고 말했고, 정의성씨(27)씨는 “투표율이 높게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을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인증샷 올리고 선물도 받아요"

○…제주대학교 총대의원회가 학생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러자 선거 당일 투표 개시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총대의원회의 SNS에는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손등에 도장을 찍은 학생들의 인증샷이 줄줄이 당도했다.

본인도 인증샷을 올렸다는 한 학생은 “선물 자체보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했을 때 뿌듯함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며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다면 일어나 투표장으로 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녀교육 위해 투표장 대동

○…이정현(39·여)씨는 자녀 한지산(7)군과 함께 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제주시 삼도 2동에 있는 삼양초등학교(삼양동 제2투표소)를 찾았다.

이씨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아직은 멀었지만 우리 아들도 미래에는 투표를 하는 국민이 될 것이기에 교육을 위해 오늘 투표장에 함께 왔다”고 했다.

이씨는 오늘이면 결정될 20대 국회의원들에게 “우리 아이가 행복하게 맘껏 뛰놀 수 있는 좋은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남단 마라도 "선거 못할 뻔"

○…국토 최남단 섬인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해상의 높은 파도로 인해 일부 주민들이 투표를 하지 못할 뻔 했으나 서귀포시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지원으로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이날 당일 너울성 파도로 오전 9시50분 출항 예정이었던 도항선이 결항됐고, 서귀포시와 선관위는 유관기관, 선사와의 협조를 통해 오후 1시50분께 여객선을 출항시켰다.

이에 따라 마라도 주민 12명은 여객선을 타고 나온 뒤 오후 4시30분께 가까스로 대정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정읍 제8투표소를 찾아 참정권을 행사했다.

 

"내 생에 첫 투표"

○…제주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하은(21·여·사진)씨는 13일 오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첫 번째 표를 행사하러 삼양초등학교(삼양동제2투표소)에 왔다. 이씨는 “어려서 후보자들의 공약이 아직은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국민으로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하러 왔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을 ‘N포 세대’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정치가 청년들이 살기 힘든 사회를 만들어서인 것 같다”며 “많은 청년이 투표하면 국회의원들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청년 관련 좋은 정책들도 많이 만들 것 같다”며 청년들의 투표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