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에 타격 가하는 '백두산 관광'
1.
금강산 관광에 이은 백두산과 개성 관광이 실현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고 있는 제주관광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북한 방문 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백두산 북한 통과 관광을 포함해 개성 관광이 내달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금은 관광이 허용되지 않는 내금강 등의 추가 개방도 시사했다.
이렇게 된다면 1998년 11월 바닷길을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6년 9개월만에 북한지역 관광이 크게 확대되는 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관광지를 추가 개방하는 것은 최근 6자회담 복귀 의사 표명, 정부 당국자 사이의 화해 분위기 등이 민간으로 이어지면서 관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관광이야말로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을 조기에 실현시키는 방안 중 가장 비정치적이며 현실적인 사업이라는 말은 수긍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한 제주관광의 위축이다.
대국적 견지에서 본다면 북한지역 관광지 개방 확대가 남북간 경제협력과 화해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제주관광은 우리 도민들로서는 코앞의 현실이요 현안이다. 당장 제주관광이 죽으면 도민들도 죽게 돼 있는 데 ‘대국적인 명분’에 박수를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말이다.
여행업계는 백두산 관광의 경우 백두산만 찾으면 2박3일, 평양관광을 연계할 경우 3박4일 정도를 여행기간으로 잡고 있으나, 현대 측은 어느 경우든지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 가는 70만 원(3박4일)∼85만 원(4박5일) 보다는 싸게 한다는 계획이어서 제주관광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제주관광의 침체 원인이 전적으로 북한 관광에만 있는 것은 아니나 어떤 형태로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만은 확실하다. 금강산 관광만 해도 육로관광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학생과 실향민들에게 관광비용을 대주면서 제주관광이 얼마나 타격을 입었던가.
이번 북한 추가 개방이 발표된 이후 설악산 등 국내 관광지의 동공화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 이는 제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한다.
3.
제주관광의 침체상은 이미 15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나고, 국내선 항공요금의 인상도 국내 여행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전국 각 지자체의 관광지 개발사업이 활발히 이뤄져 값싸고 가깝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고속철도 개통으로 전국이 3시간 권으로 단축되면서 오랫동안 신혼여행의 메카요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던 제주가 이제는 ‘고비용 저매력’의 2류 관광지로 전락하지 않느냐는 위기감마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 여름 피서를 위한 바닷가로 동해안권(25.9%), 남해안권(15.0%), 서해안권(14.0%)이 꼽혔고 제주는 순위에도 못 들었을까.
이런 가운데 백두산·개성 지역 관광을 북한과 합의했으니 이것이 앞으로 제주관광 여건을 더 나빠지게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제주관광은 북한 관광, 비싼 항공료, 바가지 상혼 등이 난마처럼 얽히면서 악재만이 산적해 있는 듯 하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제주관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지부진한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함은 물론 주5일 근무제 확대에 따른 시장전략의 모색도 시급하다.
관광당국과 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