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달력 만들었어요”

하도초 디자인동아리
스스로 그린 그림 묶어

2016-04-11     문정임 기자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그린 그림들로 2016년 달력을 간행했다. 주인공은 하도초 디자인동아리 학생들. 이 곳에서는 전교생 60여 명 중 3~4년 희망자 14명이 활동하고 있다.

달력을 펴면 하도리 바닷가에서 봤음직한 소라, 게, 조개 등의 생물과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까만 돌담, 해녀, 세화 오일장 등이 다채로운 상상의 색을 입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달력에는 파란 빗방울이 자리했고, 마을 문주란 자생지로 비뚤 빼뚤 삼행시를 지은 글귀는 마을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을 짐작케 한다. 한 해의 끝머리인 12월 달력에는 동아리 학생들이 2017년에 바라는 소원이 세화바다 돌탑 사진 위로 얹혀있다. 학생들은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달력을 100부 인쇄해 가족과 학교 친구, 선생님들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달력 만들기에 참여했던 5학년 김지영 양은 11일 전화통화에서 “달력을 부엌에 걸었다. 가족들이 잘 했다고 칭찬해줬다”며 “내가 친구들과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고, 4학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영 양이 그린 돌담 그림은 5월 달력에 실려 있다.

초등학교에 디자인 동아리는 흔치 않다. 하도초에도 지난해 개설됐다. 방과후수업 사이 남는 시간을 담당 교사가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했고, 디자인에 재능을 가진 학부모가 시간을 내어 강단에 서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현정 담당교사는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학부모 백진이 씨와 대학 디자인과 겸임교수를 지냈던 학부모 박광배 씨가 기꺼이 도움을 주었기에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일회성 수업이 아니라 연간 수업계획에 따라 디자인에 대해 차근차근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매주 한 차례 상상을 그리고, 작은 그림을 모아 결실을 낳는 기쁨도 배운다”며 “교사로서 무척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고마움과 기쁨을 함께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