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고사 폐지에 대한 제언
내신 고입제 10년전 실패한 정책
학습 조기 포기·사교육 극성 우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주지역 연합고사 폐지를 골자로 하는 2019학년도 고입제도에 따른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내신성적은 총 300점 만점에 교과성적 80%, 비교과성적 20%를 적용하고, 교과성적은 학년별로 1학년 10%, 2학년 30%와 3학년 60%를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금번 도입하려는 고입제도 개선 방안은 이미 2001년과 2002년에 내신성적과 연합고사를 병행하여 실시하다가 학력의 하향평준화 등 수많은 문제점으로 실패했던 정책이다. 결국 실패한 정책의 대안으로 10여 년 이상을 시행해온 기존의 입시제도를 2001년으로 되돌리려하는 셈이다.
2001년 ‘고교입시제도’가 시행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이유는 학력의 하향평준화였다. 당시 일선학교 교사들은 학력저하의 원인이 연합고사를 없애고 내신으로만 고입선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다수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학업을 쉽게 포기한다는 여론에 따라 다시 내신비율을 점차 낮추고 연합고사 비율을 높여 50:50으로 정착시켜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개선을 이유로 입시제도가 바뀌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의 정책변화 수정에 대한 우려와 학교 서열화 고착화 등의 문제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 3개만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제주시내의 한 중학교의 경우 65% 정도의 학생들이 연합고사를 통과한다. 내신성적으로는 50%가 통과한다고 보면 기존의 입시제도로 인문계를 갈 수 있었던 15%의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한 대책이 전혀 없다. 지방의 어느 학교는 3학년이 2명인데, 한 아이는 75%, 다른 아이는 25%가 되어 1명은 고입 선발에 통과된다. 이런 학교 서열화 고착화의 문제점 때문에 시내 아이들이 중학교때부터 필요에 따라 지방으로 고입선발을 위해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학부모가 상당하다.
둘째, 학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서 심각해질 수 있다. 3학년 말에 연합고사라는 기회가 없어지면서, 일찍 포기해버는 아이들을 양산하게 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50% 후반의 아이들은 희망이 없어서 포기하고 상위권 학생들은 합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나태해질 것이다. 발달단계상 남녀 공학 학교를 남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날 것이다.
셋째,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학원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점에서는 집중적·동시다발적으로 성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3 학생들은 더욱 학원에 의지해서 내신을 올리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금 시행되고 있는 연합고사를 왜 폐지하려 하는 걸까? 고사 출제의 어려움, 그리고 아이들을 시험에서 해방시킨다는 것과 타 시도에서 폐지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논리가 타당하지가 않다.
먼저 제주지역 연합고사 제도는 다른 시도와 비교할 수 없다. 이미 타 시도의 연합고사는 100% 합격을 보장하기 때문에 시험으로서의 가치나 의미를 상실했다. 매년 적지 않은 수의 탈락자가 발생하는 제주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또 아이들을 시험에서 해방시킨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제도권 밖이나 학원 등에서 중간·기말고사를 위한 더욱 치열하고도 혹독한 공부를 할 것이다. 또 다른 경쟁에 대한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혹자는 혁신과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과거의 정책들을 바꿔서 새로운 정책이라고 포장하기를 좋아한다. 혁신에는 고통이 따르고 개혁에는 상당한 저항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저항을 아우르고 소통을 통한 대안과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안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터라 바라건대 제주학생 교육력 제고에 중점을 둔 착한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