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아이가 77년 후 꺼낸 ‘4·3이야기’
황금녀 ‘베롱혼 싀상’ 발간
2016-04-07 오수진 기자
4·3 사건 당시 9살이던 황금녀 시인이 77년 후에 치료받지 못한 당시의 기억을 모아 시집 ‘베롱혼 싀상’을 발간했다.
황금녀 시인의 ‘베롱혼 싀상’은 제주어 4·3시집이다. 황 시인이 9살 때 겪은 4·3에 대한 기억과 침묵으로 보내야 했던 긴 세월에 대한 시가 모두 제주어로 쓰였다.
시는 4·3회오리에 휩쓸려 희생된 가족과 이웃보다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한과 그리움에 대해 풀어간다.
‘낮인 토벌대 모소왕 돌올레기/ 밤인 무장대 모소왕 곱을레기…’ 황 시인은 이렇게 4·3 당시의 공포에 가득 찬 기억을 풀기도 하고, ‘이녁 완’ 하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황 시인이 제주어로 전하는 4·3사건은 제주도민의 기억과 감정을 오롯이 담고 있다. 특히 소멸 위기 언어인 제주어로 시를 쓰며 제주어를 보존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조천읍 함덕리 출신인 황 시인은 1960년 MBC창사기념 문예공모에 수기 당선 됐으며 2010년 창조문예 신인상, 2016년 종려나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26쪽.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