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신문의 날에 부쳐
독립신문 창간일 기념 제정
신문의 사명·책임 다하자 취지
예전과 달라진 신문의 위상
경쟁 매체 늘고 광고는 위축
'애완견' 자처 언론의 잘못까지
그래도 독자 있어 신문 만든다
오늘은 ‘신문의 날’이다. 1957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독립신문(獨立新聞)’ 창간 61주년(1896년 4월7일 창간)을 맞아 제정했다. 한말(韓末)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고 민족을 개화, 자주·독립·민권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순한글판 민간중립지로 출발한 독립신문의 창간정신을 기리고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다.
이후 언론계는 매년 ‘신문의 날’에 표어를 제정하고 실천을 다짐한다. 제1회 표어는 ‘신문은 약자의 반려’였고, 올해 60회에 선정된 표어는 ‘시대보다 한 발 먼저, 독자에게 한 걸음 더’다.
그리고 신문의 날에는 전국 모든 신문이 휴간한다. 정기 휴간일을 제외하곤 ‘빨간날(국경일 등)’에도 쉬지 못하고 신문을 만드는 신문인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올해는 4·13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쉴 수가 없다.
생일과도 같은 신문의 날임에도 ‘신문쟁이’로서 안타까움이 크다. 1년에 한번 ‘주중’에 쉬는 날 근무해서가 아니다. 신문의 위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지 않았던 과거까지 신문은 공신력의 대명사였다. 한참을 우기다가도 “신문에 났더라”고 하면 상황종료다. 신문에 실린 뉴스는 ‘사실’로 인식됐다.
방송 초창기에도 신문은 이러한 ‘지위’를 유지했다. 방송은 시각이 정해져 있고 시간도 많지 못했다. 따라서 방송시각을 놓치면 뉴스를 들을 수 없었고, 듣더라도 시간의 한계로 다양하지도 심층적이지도 못했다.
반면 신문은 ‘소비자’인 뉴스 수용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다. 일단 보고 싶은 시간에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연예·칼럼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여러 면에 걸쳐 담겨 있다. 독자들은 신문을 들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정보가 담긴 면을 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방송매체가 늘어나고 24시간 뉴스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신문의 위상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인터넷의 발달과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종합 정리해 보여주는 포털 등의 영향으로 신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제는 종이돈이 먼저 없어질지, 종이신문이 먼저 사라질지 ‘경쟁’하고 있다는 자조마저 나올 판이다.
매체의 증가는 뉴스 수용자만 빼앗아가지 않았다. 신문사의 주 수입원인 광고시장까지 잠식하면서 경영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업의 발달로 광고시장도 커지고 있다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매체가 한정된 파이를 나누다보니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독자가 줄어들면서 ‘빈익빈’이 가중되고 있다. 신문을 보는 사람이 적으니 광고효과도 적을 것은 당연해 광고주들이 신문보다 방송을 선호하고 있다. 그들의 선택이 어쩌면 당연해 보이나 ‘신문쟁이’ 입장에선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문 자체의 문제도 있다. 신문 등 언론을 ‘무관의 제왕’이라 부른다.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제4부라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힘’의 근원은 어떠한 권력에도 ‘거침없이’ 지적할 수 있는 언론의 감시 기능이다.
그런데 언론 스스로 ‘감시견(Watchdog)’의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권력(정권)이나 금력(광고주)의 눈치를 보며 자기검열에 충실한 애완견(Lap-dog)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나아가 언론 스스로가 기득권이 돼 국민의 공익(公益)이 아니라 자사의 사익(私益)을 위해 상대가 정부라 하더라도 거침없이 덤벼드는 경비견(Guard-dog)이 되기도 한다. 일부의 이러한 행태로 신문 전부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제60주년 신문의 날에 맞이한 신문의 현실이다. ‘늘어난 경쟁 매체’와 ‘줄어드는 광고시장’에다 ‘공신력 하락’ 등 3각 파도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황파(荒波)에 일엽편주 신세다.
그래도 신문을 만든다. 기다려주는 독자가 있다. 비록 ‘촌(村)신문’의 한계에 힘들어하면서도 매일 좀 더 잘 만들자고 다짐하고 노력한다.
다시 펜을 든다. 60년전 언론 선배들이 첫 신문의 날에 강조했던 ‘약자의 반려’로서 신문을 만들고 시대보다 한 발 먼저, 독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신문의 날을 맞아 독자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