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야 했나요”
4·3청소년 이야기 마당
어린이들이 말하는 제주4·3
어른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죠. 그동안 4·3을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아이에게 잘못된 사회를 물려주는 것은 아닐 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후손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4·3의 이야기는 어른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동안 4·3에 대해 관심이 없었거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이들에게 어린 눈이 보여 준 4·3의 현실은 깊은 반성과 상흔을 들춰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지난 1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공동대표 양동윤·윤춘광)가 제주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 마련한 열세 번째 4·3청소년 이야기마당에서는 4·3을 기억해야 한다는 청소년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제주도의 아픈 역사가 동화 속 이야기 같다던 성수빈 양(한림초4)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니 가엾고 불편한 마음뿐”이라며 “그동안 4·3에 대해 깨닫고자 하는 맘이 없었던 내가 부끄러웠다”고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마을이 불에 타 지금은 지도에서 사라져 버린 리생이 마을을 소개하는 조준휘 군(해안초 5)의 이야기도 자리에 함께 한 어른들의 관심을 주목시켰다.
“4·3이라는 불행한 일로 사람들 대부분이 죽었다고 합니다. 현재 리생이 마을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은 표석과 대나무 뿐. 4·3이 대체 무엇이 길래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었어야 하는 건가요. 물음표가 생겼습니다.”
4·3을 겪지 않은 청소년들의 입에서 나온 ‘아픔’과 ‘물음표’라는 단어가 해맑은 어린이들의 말과 몸짓으로 되살아나서였을까. 후손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에 이를 지켜보던 어른들의 입에서는 옅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4·3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화해의 방법을 제안하는 소년도 있었다. 이지후 군(한라초4)은 산사람들에게 경찰 아들을 잃은 증조할머니가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산사람 집안에 시집보냈던 집안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이 군은 “산사람 집안의 할머니와 경찰 집안의 할아버지가 결혼한 것은 이미 4·3을 겪은 많은 분들이 화해를 한 것이다”며 “70년 가까이 서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답일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이날 이야기 마당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4·3 당시 제주 사람들이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에 아직 제주에는 ‘슬픔’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힘들게 살아 온 4·3 유족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관심을 갖는다면 4·3의 아픔, 서서히 풀려나갈 것이라 믿는다며 서로의 다짐을 눈빛으로 주고받았다.
한편 이날 제13회 4.3청소년 이야기 마당 경연에서는 한라초등학교 4학년 이지후, 제주서중학교 1학년 강유진 학생이 대상(제주도교육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