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배우는 4·3’ 제주에 갇힌 역사

초등 교과서 5·18은 있어도 4·3 언급 안돼
부교재 교육 ‘제주만’…제도화 ‘유명무실’

2016-03-27     문정임 기자

‘4·3전국화’가 화해와 상생에 이은 제주4·3의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도내에서 명예교사 파견, 부교재 보급 등 4·3을 매개로 평화와 인권 교육이 물꼬를 튼 것과 달리, 전국 초등학생들이 공부하는 사회 교과서에는 여전히 4·3이 빠져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3~6학년이 배우는 ‘사회’ 과목에는 제주4·3이 실려 있지 않다.

현대사를 배우는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의 경우, 110쪽에서 148쪽까지 40여 쪽에 걸쳐 8·15 광복 이후 정치사를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5·18민주항쟁은 1980년 이후 민주주의 발전사의 주요 사건으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군대를 동원해 광주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렸다. 국립 5·18민주 묘지와 발발 당시 전남 도청 앞에 운집한 시민들의 사진을 비롯해 5·18민주화 운동이 이후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역사적 의의까지 기술됐다. 반면 수만 명이 사망해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제주4·3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2000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2014년 4월 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는 등 4·3의 제도화가 꾸준히 진행돼 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석문 교육감이 지난해부터 4.·3계기교육을 의무화하고,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 중 연수를 거쳐 선발한 명예교사를 각 교실로 파견해 생생한 4·3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교육 현장의 분위기와도 어긋난다.

특히 제주 아이들은 도교육청이 개발한 부교재를 통해 4·3을 배운다지만 도외 아이들은 4·3을 배우지 못 하고 졸업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교육청은 “교과서는 교육부가 만드는 것으로 교육청이 세부적으로 주장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제주지역에서 이뤄지는 회견과 성명 일색의 4·3 관련 움직임들이 사실상 제주 안에서의 구호로 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4·3추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고 4·3흔들기가 반복되는 것은 국민들이 4·3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며 “밖을 향해 보다 전략적으로 4·3전국화를 계획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취임한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유족회 역시 전국화가 4·3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해오면서도 초등 교과서 4·3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 했다”며 “이제는 제도적인 개선에 관심을 가져나가겠다. 도교육청도 도움을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