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정책의 창과 특별자치도
올해 ‘특별도 10주년’ 자치권 확대
구성원 역량 결집 지역발전 성취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후 달라진 변화 가운데 도민들의 가장 큰 관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인구 유입 증가일 것이다. 몇 년 전 시작된 인구유입 상승세는 지난 2월에만 1700여명의 인구가 순유입되는 등 올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육지부 사람들의 ‘제주로, 제주로’에 따른 인구유입 현상으로 매년 구좌읍 주민만큼의 도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인구유입은 제주가 희망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반면 행정에는 예측하지 못한 도전적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확충, 쓰레기처리 등 환경문제, 부동산가격 문제 등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대처방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청년실업 등 일자리문제·계층간·세대간 소득불평등·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문제, 기업과 가계의 조세부담, 주택 등 서민주거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다. 기후변화나 빈곤·민족 갈등을 비롯한 글로벌 이슈들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들이 정부에서 해결할 정책으로 채택되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의 재원과 제도 등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킹던(J.S.Kingdon)은 사회문제를 정부에서 해결이 필요한 정책을 의제화 할 수 있는 기회나 시기를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라 정의했다. 선거·대형사건·자연재난 등은 정책의 창의 한 형태다.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에는 해결돼야 할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정의되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대안들이 떠돌아다니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결국에는 필요한 대안이 선택된다.
정책의 창은 주기적으로 열리지만, 그 창은 매우 빨리 닫힌다. 이 짧은 과정에 정당뿐만 아니라 이익집단·언론·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활동이 활발히 일어난다.
지방자치에 관한 문제도 정책의 창의 과정에 자주 등장한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20년 역사 동안 중앙과 지방의 재정구조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권한과 사무 배분도 큰 틀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매년 지방이양 대상사무를 선정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지방으로 이양된 중앙부처 사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그동안 4500여건의 중앙정부 권한과 사무가 이관됐다. 국가경찰에서 지방자치경찰이 분리되고, 국가에서 운영하던 7개 하부행정기관들이 제주도로 넘어왔다. 중앙부처에서 실시하던 감사도 제주도의 독립적인 자치감사조직이 담당하고 있다.
타 지역과 달리 정책결정권이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것이다. 제주도는 다양한 분야에서 종전 중앙부처가 관장하던 사무들에 대한 정책을 입안해 제주도조례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조례의 제정범위와 내용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폭과 깊이가 확대됐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도와 도의회는 조례 제·개정 등 자치입법 학습과정에서 수많은 토론과 설득, 타협을 통해 행정적·정치적 역량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 도에서는 특별자치제도 전반에 관한 평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가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발전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10여년의 짧은 기간 내에 모든 역량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만, 특별자치도의 발전과 지역의 행복은 우리 구성원들의 자치역량에 비례한다. 얼마 전 본 대한민국 ‘야구의 전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선수 라커룸 입구에 써 붙인 문구가 인상 깊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해 선수들의 준비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우리도 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한 준비에 성공, 지방이 더 잘하고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