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무의 엇갈린 운명

'먼나무' 4ㆍ3 토벌기념 자생수 식재

2005-07-19     고창일 기자

제주4.3과 연관된 옛 서귀포시청내 먼나무가 도 문화재의 영예를 벗고 남군 남원읍 하례리 초령목(招靈木)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주도 기념물 제15호로 1971년 8월 26일부터 서귀포시의 보호를 받아 온 먼나무는 4.3 사건 당시 서귀읍사무소에 주둔했던 육군 제2연대 병사들이 토벌기념으로 한라산 자생 나무를 식재한 것이다.
이 나무가 문화재로 되던 시기는 남북 냉전상태의 고착화로 반공 이데올로기가 주인 노릇을 하던 때.

이러한 든든한 배경이 수령 80년. 높이 6.5m라는 불리함을 이겨내면서 150여년 나이에 키도 9.5m를 넘는 서홍동 먼나무를 문화재보다 급이 낮은 '서귀포시 보호수'로 밀어냈다.
하지만 2000년 1월 12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 나무의 '문화재적 가치'에 눈총이 쏟아졌다.
제주도는 20일간의 예고기간을 거쳐 다음달 말이나 오는 9월초쯤에 이 먼나무를 '보통 나무'로 삼을 예정이다.
서귀포시는 해제 되는대로 이 먼나무를 월드컵 경기장으로 옮겨심기로 한 반면 4.3 단체에서는 '4.3 평화 공원 식재'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도는 이와 함께 목련과에 속하는 희귀 상록수로 나무의 모양과 꽃이 아름다운 큰키나무인 초령목을 문화재로 지정키로 했다.
이 초령목은 60여년의 수령에 높이 8.6m, 둘레 1.7m로 2002년 5월 궂은 날씨로 쓰러진 것을 하례리 주민들이 복원시켜 놓았다.
1992년 10월 26일 천연기념물 제369호로 지정된 흑산도 진리의 초령목이 말라죽으면서 주변에 어린 초령목만 자라고 있다는 점도 하례리 초령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