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예방의 날’과 대한민국

2016-03-23     반희정

OECD 국가 중 발생·사망률 1위
기침 2주 이상되면 검사 받아야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심각한 영양결핍이 있는 것처럼 몹시 마른 주인공이 자꾸만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장면이 지나가면 의사는 결핵을 진단한다. 그리곤 객혈을 계속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 결핵의 극단적인 증상을 모아놓은 이러한 장면은 결핵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결핵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살던 시대의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결핵은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전염병이며 우리나라에서 한해 약 3만5000명이 감염되고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관심과 대책이 절실하다.

오늘(3월24일)은 ‘결핵 예방의 날’이다. 1882년 3월24일 독일인 의사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밝혀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100년이 지난 1982년에 3월24일을 ‘세계 결핵의 날’로 제정했고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세계 결핵의 날’ 행사를 시작한 뒤 2011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주관으로 ‘결핵예방의 날’로 제정, 국민에게 결핵의 심각성과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결핵을 시사하는 증상은 위에 언급한 체중감소와 객혈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2주간 지속되는 기침이다. 이는 감기나 기관지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니 생각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흉부 엑스선 검사를 실시,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자칫 여러 주 혹은 수개월을 방치하는 동안 자신의 병을 키움은 물론 내 가족과 내 동료들에게 전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에 비해 장기적으로 천천히 진행되거나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결핵균은 공기로 퍼져나가며, 폐를 통해 감염이 시작 되고 폐를 제외한 우리 몸의 여러 장기를 침범해 각 기관에 결핵을 유발한다.

결핵의 발병 부위에 따라 구토 등의 신경계 증상·관절·척추 통증·혈뇨 등의 비뇨기계 증상과 설사·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림프절 결핵이라면 목 부위, 혹은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이 커지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결핵균 감염자들은 증상이 없는 잠복결핵이며 이는 질병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염시키지 않는다. 이들 중 일부의 사람만이 병으로서 결핵이 발생한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되는 질병이므로 이를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기침할 때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는 등의 습관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 가능한 빨리 진단을 받아야 한다.

결핵이 발생하면 약제 내성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항결핵제를 복합해 통상 6개월간 투약하게 되며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결핵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다. 잠복결핵일 경우 호흡기 증상 및 폐 병변은 관찰되지 않으나 결핵환자에 접촉력이 있는 경우 진단을 실시, 35세 미만이면 질환의 발생 억제를 위해 예방적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세계국제보건기구(WHO)는 결핵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거주한다면 결핵 예방접종을 반드시 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흔히 ‘BGG’라고 불리는 결핵 예방접종은 살아있는 결핵균의 독성을 약하게 가공한 것으로, 결핵균에 대한 면역을 만들어줘 결핵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