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무관심인가 불신인가”

대학생 방값·비정규직 등 불만 많아도
정치권 향한 변화 촉구 목소리는 ‘감감’

2016-03-20     문정임 기자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주지역 20대 청년들이 후보자들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투표권을 하나씩 손에 쥐고도 팍팍한 현실을 바꾸는 데 활용하지 못 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본 지와의 통화에서 제주지역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청년의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방값 폭등, 낮은 급여, 높은 비정규직 비율, 불편한 대중교통 등 제주지역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재학생들과 늘 나누는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개입 비판 때문에 이들의 현실적 불만을 총선 이슈로 던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임희준 제주국제대 총학생회장은 “제주지역 젊은이들이 당면한 문제를 다들 인식하고 있지만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기구이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낼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들은 발등의 현실보다 제주4‧3사건과 세월호 등 정치적 의도가 다소 희석되는 역사나 국내 과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강민우 제주대 총학생회장은 “제주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타 대학들과 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값폭등, 취업난 등은 전국적 사안이라 우리는 대체로 제주만의 의제 4‧3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총선을 즈음한 도내 대학 학생회의 일정을 보면 오는 26일 도내 4개 대학교 총학생회가 4‧3추념식 대통령 참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고, 내달 초에는 제주국제대총학생회가 세월호 추모 행사를 계획 중이다.

최근에는 전국국공립대총학생회가 지난 18일 총선 의제 설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지역별 총선 관심사를 설정하는 작업에서 제주대는 4‧3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이렇듯 총학생회가 정치 개입이라는 비난을 우려해 선거 의제 설정을 외면하는 사이, 직면한 삶의 어려움을 회자시키는 역할은 소규모 청년 동아리가 맡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 제주대학교 인문학동아리 쿰과 제주청년협동조합은 ‘탐나는 청년이다’라는 그룹으로 제주도의회에서 청년대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토론회는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과 동아리 등 다양한 청년 활동 지원책, 명예 도의원 제도 등 청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의제를 다수 상정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이번 총선 후보자와 현직 도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관련 논의를 경청했다. 이어 오는 23일에는 이어도청년지킴이가 청년, 제주를 말하다를 주제로 청년 정책의 흐름과 제주지역 청년 발전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창립 3주년을 기념하는 취지로 마련되지만 총선과 관련해 후보자들을 겨냥한 발언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소규모 동아리들의 작은 움직임이 후보자들을 긴장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다.

청년들의 문제를 사회 의제화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치훈 제주대 인문학 동아리 쿰 회장은 "지난 해 청년대토론회 당시 도내 5개 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8%가 제주를 떠나고 싶다고 답할 만큼 젊은 층의 제주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하지만 제주사회가 젊은이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층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정치 혐오 등의 이유와 더불어 젊은이들이 정치 참여를 통해 성공과 기쁨을 맛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젊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