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작가 강요배가 그린 ‘제주의 50년’

제주도립미술관 ‘시간 속을 부는 바람’展 4월 15일부터
40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기획전…그림 속 변화 ‘주목’

2016-03-20     오수진 기자

땅으로 떨어진 동백꽃이 4월 제주에서 더욱 붉고 처연해 보이는 이유는 4.3광풍에 스러진 도민을 동백꽃에 비유하며 당시의 아픔을 전한 강요배 작가의 그림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 4.3의 역사적 상흔을 그림으로 담아내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서양화가 강요배의 50여 년 작품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가 마련된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연숙)이 ‘한국현대미술작가, 강요배: 시간 속을 부는 바람‘전을 마련하고, 그가 10대 시절부터 그려온 습작부터 최근작까지 평생을 그려온 작품 80여점을 선보인다.

“현재가 있기 위해서는 과거가 있어야 한다. 사회나 역사도 같은 것. 지금 삶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이해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면 제주 사람은 제주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강요배 작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신에게 ‘제주’와 ‘제주4.3’은 자신이 예술가로서 고향을 공부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실제 주인공이 됐던 그는 제주의 아픔을 이해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잃기도 했었다고 한다.

강 작가는 “제주 사람이 제주 역사에 대해 까막눈이면 부끄러운 것이 아니냐”며 “예술표현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왜곡되게끔 그리면 안 되고, 그나마 설득력이 있으면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고향을 이해한 만큼만 그림으로 그려왔다는 강 작가. 반백년을 제주의 자연과 역사에 대해 그려왔지만 그의 말 속에서는 아직도 ‘제주에 대해 배우고 있다’는 겸손함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한국민중미술 1세대 작가인 강요배는 1980년대 미술그룹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리얼리즘 회화와 역사 주제화의 새로운 지평을 펼쳐 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에는 치열한 작가 정신과 작품 세계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이중섭 미술상을 수여 받기도 했다.

내달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1976년 제주시 관덕정 인근 대호다방에서 열린 강 작가의 첫 개인전 이후 40년 만에 제주도에서 열리는 대규모 초대 기획전이다.

최근 작품은 물론 그의 첫 개인전에 출품되었던 작품들과 80년대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작업한 작품들이 도내에서 처음 선보여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작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변화했을 자신의 그림 속 변화상을 찾아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0년, 화가 강요배가 바라본 제주의 감성어린 풍광과 제주 역사의 바람 결을 담은 작품은 다음달 15일부터 7월까지 10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문의=064-710-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