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쓰레기 거리’

바오젠 거리 취재 한 달 경과
행정 당국 후속 조치 ‘전무’
“문제 해결 道가 나서야”

2016-03-17     고상현 기자

‘바오젠 거리’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8·여)씨는 최근 가게 옆 비좁은 틈을 대청소했다. 이씨는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구석에다가 쓰레기를 버린다”며 “쓰레기 냄새 때문에 도무지 살 수 없어서 이번에 대청소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홍모(57·여)씨도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에다가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다. 홍씨는 “관광객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일반 쓰레기통으로 착각한다”며 “매일 아침 쓰레기를 치워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오젠 거리에서 쓰레기 문제로 상인들과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행정 당국이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본지에서 지난달 18일자(‘명소’ 바오젠거리 ‘쓰레기 거리’ 전락)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지만, 당국의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상인회 관계자도 “몇 년 전부터 쓰레기 문제로 주민센터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되는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연동주민센터에서는 현재 거리 정화를 위해서 청소인력 2명을 동원해 오전 한 차례만 청소하고 있다. 이마저도 하루 수백 명이 찾는 바오젠 거리의 쓰레기를 감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0·여)씨는 “관광객들이 가방에서 쓰레기 봉지를 꺼내다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 버리는데 그 양이 상당하다”며 “청소부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그냥 놔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바오젠 거리에서 쓰레기를 버릴 시 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있지만, 취재 결과 최근 3년간 총 16건만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쓰레기 투기 단속과 관련해서는 바오젠 거리에 공무원이 상주할 수 없어 단속이 어렵다”며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쓰레기통 주변이 쓰레기장이 된다는 민원이 있어서 설치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행정 당국이 바오젠 거리의` 쓰레기 문제를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고인종 박사는 “바오젠 거리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쓰레기 문제는 제주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연동주민센터뿐만 아니라 제주도정 차원에서도 바오젠 거리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