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공모에 선정돼도 그때 뿐”
도문예진흥원 신진작가 육성 명분 불구 혜택은 ‘1회 전시’
예술인 39.6% 전시 공간 부족…“실질적 지원책 고민해야”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덕준)이 신진작가 육성을 위해 청년작가 공모를 올해로 23년째 진행하고 있지만 선정에 따른 혜택이 일회성 전시 지원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예진흥원은 오는 31일까지 도내 만 40세 이하 청년작가 공모를 진행하고 오는 7월 10일 청년작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들 중 2~3명을 문예진흥원 청년작가로 선정해 재료비 300만원과 상패, 다음회 1회 전시를 지원한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공간 확보인 반면 문예진흥원의 청년작가 지원은 일회성 전시 지원에 머물고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청년작가 박선주씨는 “공모에 선정돼도 그때 뿐”이라며 “이름 없는 청년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꼬집었다.
청년작가들은 중견작가 보다 경력이 없어 작품 활동을 해도 전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가 진행한 문화생태지도 구축 사업 시각예술분야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예술인들이 창작 발표 활동을 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전시 공간 부족(39.6%)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필요한 지원은 창작 지원 수혜자 확대(72.6%)에 이어 발표지면 및 공간 확대(9.8%)가 뒤를 이었다.
최근 ICC JEJU 갤러리에서 청년작가로 선정된 김진수 씨는 “장기적으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며 “관공서의 로비나 복도의 일부, 도민들이 평소 움직이며 의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변두리 공간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작가들에게는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는 유명 갤러리나 전시실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작품 및 작가 홍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저렴하고 훌륭한 열린 공간도 경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자조형을 전공하는 연갤러리 청년작가 진주아씨 역시 “제주문예회관은 대관 선정 기준이 중견작가와 경력자 우선이기 때문에 신진작가들이 작품전시를 큰 곳에서 열고 싶어도 특출하지 않은 이상 개인전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 관계자는 “관객들이 일상에서 쉽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교감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 창출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내걸 수 있도록 공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7년째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연갤러리 강명순 관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청년작가 비율은 매우 낮다”며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있어야 작품도 사주고 청년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못하다”고 청년 예술계의 현실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