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출 ‘끝도 시작도 좋다’

2016-03-15     김덕영

작년 최고 실적 불구 품목엔 아쉬움
올해 17% 증가 … 문제는 경쟁력

제주도 수출은 지난해 13.8% 증가한 1억2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이자 4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이다. 증가율 또한 수출이 증가한 전국 4개 지자체중 가장 높다.

제주도의 실적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8% 감소, 5년 연속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한 것과 대비된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도내 수출기업들이 저력을 보여 준 셈이다. 침체를 슬기롭게 극복한 지혜는 앞으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품목별로는 아쉬움이 많다. 향토기업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우선 2001년 이후 14년간 1위였던 넙치류가 2위로 밀려났다. 증가율도 2013년부터 매년 마이너스다. 2013년 490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감귤은 2년 연속 감소세다. 10년 동안 매년 200만~300만 달러가 수출된 감귤농축액도 50% 급감했다. 백합은 심각하다. 한때 1000만 달러까지 수출됐었으나 2013년 640만 달러에서 2년 사이에 180만 달러로 추락했다. 전복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붕장어도 금방 수출 품목에서 사라질 것 같다.

그나마 소라·파프리카·무는 괜찮은 편이다. 양배추와 톳도 위안을 삼기에는 부족하다. 특산품을 만드는 향토기업은 고민이 깊어졌다. 이전기업 공산품이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제주도 수출까지 주도하고 있다는 현실에 생각은 더욱 복잡해진다.

공산품 수출기업들도 안도할 형편이 못된다. 한류와 제주산 원료 이미지를 활용, 2012년부터 매년 200만 달러 이상 수출해온 기초화장품이 그렇다. 지난해 40% 실적 감소의 쓴맛을 봤다. 중국 수출이 지속되지 못해서다.

이제 1차산품 수출은 2012년 8300만 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전국 지자체중 마지막으로 수출구조가 바뀌고 있다. 제주도의 수출구조가 1차산품 위주라는 말이 사라진다. 제주도와 이미지가 비슷한 강원도 수출도 마찬가지다. 19억 달러 수출에서 1차산품은 2억 달러 정도다. 추세에 순응할 필요는 있다.

지난해 도내 85개 수출기업들이 70개국에 수출했다. 300여개의 품목을 해외로 내보냈다. 5억원 이상 수출한 기업이 32개사다. 25개사는 1차산품을 수출한다.

최근 수출기업 2곳을 방문했다. 한 업체는 일본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현지 내수부진으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줄었다. 엔저에 대비한 환율헤지에서 손실도 입었다. 이 상황에 대출상환 요청까지 겹쳤다.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제주도 수출기업이 설상가상에 처한 것이다. 지원기관의 진짜 지원이라는 것이 이런 때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됐다.

다른 업체는 젊은 대표가 수출을 뚫고 있는 곳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중국·홍콩 등을 누볐다. 갈 때마다 제주도 농산물을 바이어들에게 보여줬다. 그것도 리플릿이나 샘플이 아닌 실제 신선한 농산물을. 자신이 키운 농산물에 대한 자신감으로 막연한 제주도의 이미지를 눈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솔직히 제주도에서 FTA를 언급하기엔 부담된다. 이 젊은 대표는 본인 농산물의 고품질이 FTA를 뛰어 넘어서 걱정이 없다고 했다. 돌아오면서 지난해 처음 수출된 제주산 키위가 생각났다. 한-뉴질랜드 FTA 발효되고 세계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뉴질랜드산이 싸게 수입되는 상황임에도 수출이 가능했다.

올해 제주도 수출은 17% 증가로 출발했다. 앞서 언급한 2개 기업과 같이 어려움과 희망은 또 생겨날 것이다. 가공식품에 매달리는 시대에 신선농산물을 바이어에게 과감하게 보여준 젊은 대표의 말이 와 닿는다. “우리나라 내수가격보다 3배 높여도 바이어는 현지 프리미엄 가격보다 훨씬 싸다”면서 “중국산보다 비싸도 일본산보다 인지도가 낮아도 품질이 좋으면 어깨를 편다”고 했다. 일본 수출기업 대표에게는 어려울 때의 친구가 또 한사람 나타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