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이루기 위해 오늘도…”
제주매일 현장 르포
‘모의고사’ 고등학생부터
자격증 준비 60대까지 ‘열공’
지난 12일 오후 11시께 온 세상이 캄캄하게 잠긴 시간. 제주시 탐라도서관에서는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열람실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느라 시간을 잊은 듯했다.
잠시 뒤 앳된 얼굴의 한 남학생이 열람실 문을 나섰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모(17)군은 “얼마 전 모의고사를 잘 못 봤다”며 “다음 달에 있을 모의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오늘 늦게까지 공부했다”고 했다.
건축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김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어도 참고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곳에서 꿈을 향한 열정은 젊은이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양어깨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도서관을 빠져나오던 정모(62)씨는 “2년 전에 공직에서 은퇴했다”며 “젊은 시절에 세무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을 지금이라도 이루고 싶어 매일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김모(58·여)씨도 “자식들 모두 결혼시키고 지금은 좀 여유가 생겼다”며 “요즘에 젊었을 때 결혼하느라 도중에 그만뒀던 문학 공부를 다시 시작해 하루가 즐겁다”고 방긋 웃었다.
자정이 되자 도서관의 불이 하나둘씩 꺼졌다. 마지막까지 열람실에 앉아있던 장모(28·여)씨도 이때야 일어섰다.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도서관을 빠져나오던 장씨는 “제주도 모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며 “이 생활이 불안해서 3년 전부터 일 끝나고 탐라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시험을 보고 있는데 올해에는 꼭 시험에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0시15분께. 도서관에서 제일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던 열람실의 불이 꺼졌다. 주변은 캄캄하게 잠겼다. “꿈과 희망이 있는 곳! 탐라도서관”이라고 뜬 도서관 안내 전광판 글귀만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