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더민주당

2016-03-13     김철웅

알파고 이세돌 9단에 완승
AI의 인간 지배 가능성 우려 제기
더민주당도 비슷한 상황 ‘불편’

김종인 대표 현역 17명 ‘컷오프’
권력 준 의원들 향하는 칼 
문제는 정당주권·정치철학의 실종

“이 정도일 줄이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의 ‘예상 밖’ 능력에 인류가 깜짝 놀라고 있다. 5판을 두기로 한 인간과 AI가 붙는 ‘세기’의 대결에 앞서 인간들은 ‘인간’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인간의 완패다. 앞선 3판에서 인간 이세돌은 단 1판도 이기지 못하고 불계패했다. ‘다행히’ 이 9단이 네 번째 판에서 불계승을 거둠으로써 ‘인류의 자존심’을 살리긴 했지만 5판3선승제로 따지면 스코어는 3대0이다.

이제 인간은 2가지에 놀라고 있다. 하나는 인간인 만든 기계(AI)에 인간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인간이 인간을 능가할 만큼의 AI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놀라움은 기대보다 두려움으로 인간을 압박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을 능가하는 AI의 등장이다. 기술의 임계치를 넘어선 AI가 AI의 ‘기술적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주(主)인 인간의 운명이 객(客)인 기계의 의해 좌우되는 ‘처참할’ 인간주권의 상실이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을 하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늘’에서 인류가 우려하는 ‘내일’을 보는 듯해 불편함이 배가되고 있다. 현실은 마뜩찮고 미래는 불안하다.

더민주당 정치개혁의 중심은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다. 컷오프라는 그의 ‘칼날’에 벌써 17명의 현역 의원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종말을 맞았다. 지난달 24일 1차 컷오프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시 비서실장까지 지냈던 문희상(5선) 의원 등 10명에 이어 지난 10일 2차에서 5명, 11일 3차에서도 2명이 컷오프 됐다.

친노무현계 좌장이자 국무총리를 역임한 6선의 이해찬 의원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미경(5선)과 설훈(3선) 의원 등 현역 6명과 함께 11일 공천심사 결과 발표가 유보된 상황이다.

그런데 물음표가 있다. ‘친노 패권 청산’이란 확실한 신호를 주기 위해선 이해찬 의원의 공천배제가 필요하다는 김종인 대표 등 지도부 판단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현 상황이다. 누가 권력을 줬는데 누가 당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더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등으로 위기를 맞자 타개책으로 김 대표를 영입하면서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직을 제공했다. 김 대표는 총선뿐만 아니라 공천까지 주도하면서, 인간이 지능을 부여한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민주당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김 대표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의 칼날에 동료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끊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어쩌질 못하고 있다. 한번 붙을 것 같기도 한데 소신파들은 어디 갔는지 쥐죽은 듯 조용하다.

그렇다고 김종인 대표가 한 점 부끄럼 없이 칼을 휘두를 만큼 ‘깨끗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광주학살 등을 자행하고 박정희 정권에 이어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에서 국보위 경력을 가졌다. 이후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11·12대)과 후신인 민자당(14대)에서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5공화국에선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중용되기도 했다.

그리곤 제17대에선 ‘진보진영’으로 넘어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이 된다. 민주당에 영입돼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얻었다. 이후엔 ‘월북(현재 기준)’해서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추진단장 등을 맡아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도왔다.

이번에 다시 ‘월남’했다. 여당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이, 반대편 제1야당의 비대위 대표가 돼 칼을 휘두르고 있다. 너무 거북하다. 정치 철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놀랍고 잦은 변신이다. 이런 그를 더민주당에서 ‘모셔왔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썩소’와 함께 “급하긴 급했구나” 개탄할 뿐이다.

아무 권력도 없던, ‘새누리당 사람’이 어느 날 더민주당이 준 권력으로 살아나 그 권력을 준 이들을 ‘잡고’ 있다. 결코 발생해서 안될 ‘서기 2200년 데자뷰’다. 그리고 2016년4월 안타까운 것은 더민주당의 주권 실종, 정치철학의 부재다.